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선생 Oct 01. 2016

고인돌은 왜 한국에 많을까?

한국인 심성의 뿌리를 찾아서

※ 글의 뒷부분이 약간 추가되었습니다.


한국에 분포하는 고인돌은 약 3만 기. 전 세계 고인돌의 50%가 넘는 숫자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한반도의 면적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고인돌이 세계 고인돌의 반이 넘는다... 이 사실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세계 고인돌 분포도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 유력 부족장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유력'이란 말이 붙느냐 하면 고인돌의 건설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전라북도 고창에는 덮개돌의 무게가 300톤에 달하는 고인돌이 있을 정도입니다. 300톤의 돌을 운반하기 위해 몇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했을까요?


따라서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이 있는 이들(부족장, 군왕)만이 고인돌을 세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고인돌은 청동기의 사용을 바탕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사회가 조직화되는 청동기 시대의 유적입니다. 고인돌 아래에서 군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검, 거울, 방울 등의 청동기들이 발견되었지요.


여기서 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고인돌의 갯수입니다. 한국에는 전세계 고인돌의 50~60%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한국에 그 많은 고인돌을 세울 만한 세력들이 존재했다는 뜻일까요? 청동기 시대 한국에는 그렇게나 많은 정치집단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고대 한반도가 세계문명의 중심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으며 이들이 전세계로 퍼져나가 고인돌 문화를 전파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믿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저 또한 심정적으로는 그렇게 믿고 싶지만, 이러한 주장은 학계에서는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식민지 사학의 잔재다..라고 주장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역사학자는 아니니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대신에 저는 한국에 고인돌이 그토록 많은 데 대해서 심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고인돌 만큼 밀집된 무엇인가가 또 있었을까요?


삼국유사에, '서라벌에 절은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은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다(寺寺星張 塔塔雁行)'는 구절이 나옵니다. 법흥왕 14년(AD 527) 이차돈의 순교로 불교가 국교가 된 이후로 신라에는 많은 절들이 지어졌습니다. 

밤하늘의 별들

이 많은 절들은 누가, 왜 지은 것일까요?

신라인들은 집안의 안녕을 위해, 누군가를 추모하기 위해, 나라의 안위를 위해.. 다양한 이유로 절을 지었습니다. 나라에서 세운 절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들이 개인적 목적을 위해 지은 것들입니다. 


일례로 국보로 지정될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불국사와 동양의 불가사의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때의 재상 김대성이 개인적으로 지은 절입니다. 김대성은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지었고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지었다고 하죠.


종교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줍니다. 때로는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종교에 자신을 의탁하며 현세에서와 내세에서의 복을 기원합니다. 우리는 종교의 이러한 기능을 현대 한국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서울 시내 교회의 분포도입니다. 일연스님의 '절이 밤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다'는 묘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기독교가 한국에 전파된 이후로, 한국인들은 평화와 안식, 희망과 용기는 물론 현세와 내세의 복을 위해 교회를 지었습니다.


한국에서 무언가의 이런 밀집이 발견되는 것은 종교시설 뿐만은 아닙니다. 아래 사진은 서울시내 '치킨집'의 분포도 입니다. 교회와 비슷한 수준의 밀집도를 보입니다.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의 수보다 많다는 한국 치킨집의 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고인돌과 절, 교회와 치킨집..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에 밀집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에서 무엇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한국인의 심성에는 이러한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 나타나는 한국적인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문화심리학자로서 제가 갖고 있는 가정은, 이런 현상이 한국인의 과시욕 내지 경쟁심과 관련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주체성 자기가 우세한데요. 이런 성향이 경쟁적인 고인돌 건설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죠.


“이웃 마을에서 100톤짜리 고인돌을 세웠다고? 질 수 없지! 우리는 200톤짜리를 세운다!”


물론 이런 생각이 객관적 수치나 근거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현대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가지고 고대 한반도 일원에 살았던 사람들의 심성을 유추하는 것도 무리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인들에 의해 일어난 사건들에는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패턴을 읽어내 보려 하는 것이 문화심리학이지요. 독자 여러분께서도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시기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