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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Sep 03. 2017

하얀 흑인, 그 비극의 기원

그들은 왜 행운의 부적이 되었나?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하얀 흑인의 신체 부위들이 매매되고 있는 것인데요. 하얀 흑인이란 선천성 색소 결핍증(알비노)을 가지고 태어난 흑인을 말합니다. 


영국신문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탄자니아에서 알비노 환자의 팔과 다리는 3천~4천달러, 시신 한구 당 가격은 7만 5천 달러에 달합니다. 이 나라 평균 임금의 수십에서 수백 배가 넘는 액수라고 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높다보니 알비노 환자들을 구하기 위한 방법 또한 상상을 초월합니다. 

유괴, 납치는 물론이요, 매장된 시신을 파내거나 알비노 환자의 집에 쳐들어와 팔 다리를 잘라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 중에는 일가친척이나 가족도 있습니다. 보고된 사례 중에는 남편이 알비노 아내의 팔을 자른 사건도 있습니다. 끔찍한 일이지요.


탄자니아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하자면, 미신입니다. 탄자니아에는 하얀 흑인이 부귀영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들의 신체 일부만 가지고 있어도 복이 들어올 거라는 생각이지요.


알비노 흑인의 뼈를 지니고 다니면 행운이 온다거나 알비노 흑인의 머리카락을 섞어 그물을 짜면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부터,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알비노 흑인의 몸을 구하는 정치인들까지 이러한 생각은 탄자니아에 널리 퍼져 있다고 하는데요.


탄자니아 정부와 국제기구(UTSS) 등이 이러한 악습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희생되는 알비노 흑인들의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케냐, 브룬디, 스와질랜드 등 이웃나라에서 사냥되어 탄자니아로 유입되는 희생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왜 이런 악습을 갖게 된 것일까요? 


국제사회에 하얀 흑인들의 비극이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알비노 흑인들은 언제부터 미신의 희생양이 되어왔을까요?


원래 탄자니아에서는 알비노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얀 흑인은 저주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얀 아이가 태어나면 악마라고 생각해서 내버리곤 했다죠. 오랜 시간 동안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던 알비노 흑인들이 부귀영화의 상징이 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성 있는 하나의 설명으로, 알비노 흑인들의 하얀 피부색이 백인을 연상케 하고, 역사적으로 아프리카에서 백인이 상징하는 권력과 부가 이들과 연합되어 그리 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저도 이 가설에 주목하여 탄자니아에서 벌어지는 비극의 진실에 다가가보고자 합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동부에 있는 나라입니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은 동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중심지였습니다. 특히 프랑스령 인도 및 인도차이나 반도의 플랜테이션 농장에 노동력을 대는 중요한 노예 공급원이었죠.


신대륙의 발견(?)으로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고 유럽과 아메리카, 아프리카 간의 삼각무역이 활성되되면서 아프리카 노예시장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들 시장은 대개 서아프리카 해안에 집중돼 있었지만 유럽의 식민지가 인도와 인도차이나 지역으로 확장되면서 동아프리카의 잔지바르의 위상도 커지죠.


백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아프리카에서 지배자로 군림했습니다. 총칼과 대포로 무장한 백인들의 압도적인 힘 앞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철저하게 수탈당해야 했죠. 적어도 2,300년의 시간동안 아프리카에서 백인의 이미지는 힘과 권력, 부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특히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탄자니아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잔자바르 섬에 있는 노예 기념상

이런 역사를 거치면서 불길한 징조였던 알비노 흑인들의 의미가 바뀌게 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알비노 흑인들을 불길하게 여겨온 문화는 그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그들의 신체 일부를 취함으로써 백인들의 부와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부적'의 역할로 변질시켰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부귀영화를 얻기 위해 알비노 흑인들의 신체를 취하는 것은 예부터 지켜온 가치(하얀 흑인은 불길하다)와 새롭게 들어온 가치(하얀 피부는 부귀영화의 상징이다)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인 셈입니다.


유독 탄자니아에서 알비노 흑인들에 대한 주술적 의미가 확대된 것은 탄자니아의 종교적 특수성에 기인하는 듯합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거의 다  토착신앙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의외로 이슬람 아니면 기독교 국가입니다. 


그런데 탄자니아는 기독교, 이슬람, 토착종교의 비율이 각각 30% 정도로 어느 종교의 힘이 다른 종교를 압도할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에 비해 토착종교의 비중이 큰 편이라는군요. 탄자니아에서 백인에 대한 인식이 주술적으로 변모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리하자면, 탄자니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얀 흑인들의 비극은 백인들이 만들어낸 노예무역의 역사와 탄자니아의 토착신앙이 결합하여 나타난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탄자니아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가 이런 비극을 지속시키고 있지만 그 원인이 된 것은 백인들이 제공한 불행한 역사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인터넷 뉴스로 머나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막힌 사건에 분노합니다. 그리고 그 일들이 거기 살고 있는 '미개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가 날마다 보고 듣는 현상들의 이면에는 수많은 사실들이 가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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