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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Jun 27. 2023

리플리 증후군 캐릭터 만들기

창작자를 위한 심리사전 ⑫

(1) 일반적 특징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를 사실이라고 믿는다.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 씨(1955)>에서 유래되었다. 허언증, 공상허언증이라고도 한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다는 점에서 망상장애(조현병 스펙트럼)로 볼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를 지키기 위해 범죄 등 반사회적 행동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특성도 나타난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이 연기한 리플리

호텔 종업원인 톰 리플리는 부자에다가 사교계 유명인사인 친구 디키를 살해하고 그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그의 가짜 삶은 디키의 시체가 발견되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1960)>로 영화화되었으며, 1999년에도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로 리메이크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번안되었다(미스 리플리, 2011).

<화차>의 경선(김민희 분)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원작의 <화차>. 빚에 시달리던 경선은 가족도 없고 혼자 사는 선영에게 접근하여 살해한 뒤 선영으로 살아간다. 동물병원 원장 문호와 결혼 약속까지 한 선영은 시부모에게 인사를 하러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라지고 마는데..


<거짓말>의 아영(김꽃비 분)

영화 <거짓말>. 젊은 나이임에도 큰 평수의 고급 아파트를 보러 다니고 백화점에서 비싼 가전제품을 척척 구매하는(곧 환불하지만) 여자, 외제차를 타는 부자 남친과 결혼을 앞둔 완벽한 인생을 사는 아영은 사실 피부과 조무사로 일하는 가난한 직장인이다.      


행동특성

자신의 본래 모습을 철저히 감추고 자신이 되기 원했던 다른 사람의 모습을 연기한다. <리플리>의 리플리처럼 치밀하게 조작하기도 하지만 <거짓말>의 아영처럼 거짓말을 더 큰 거짓말로 덮다가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화차>의 경선 역시 치밀한 설계 끝에 완벽한 타인의 삶을 얻었다고 생각했으나 신용카드 조회라는 단순한 절차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미스 리플리>의 장미리(이다해 분)

의외로 연기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자신이 이미 자신이 만든 다른 인물 자체이므로.     


무의식적 행동/욕구

멋진 내가 되고 싶다는 욕구. 이들은 자기애성 성격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높은 자기 이상이 암담한 현실을 만날 때, 아예 이 현실을 벗어나 다른 사람으로 살고픈 욕구가 치솟는다. 마치 게임에서 플레이하던 캐릭터가 싫증나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듯이.     


(2) 리플리 증후군의 원인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리플리 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대개 가난하고 하층 계급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세계가 실제 자신과는 정반대인 점으로 보아 현실을 부정하고 좌절된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욕구와 관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병리

거짓말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면 불안과 스트레스는 점점 커진다. 결국 현실에서의 삶을 살 수 없는 상태(망상장애)가 되거나 무력감과 우울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청준의 소설 <조만득 씨>의 조만득 씨는 뻔한 이발사 수입과 모셔야 하는 노모, 매번 돈을 달라고 찾아오는 동생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자신이 거부라는 망상을 갖게 된다. 자신을 치료하는 주치의에게 백지수표를 끊어주는 조만득 씨는 더이상 돈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최근 현빈 주연의 <나는 행복합니다>로 각색되었다.

현빈 주연의 <나는 행복합니다>

범죄

자신이 되기 원하는 인물의 신분을 얻기 위해,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를 지키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거짓이기 때문에 신분 위조와 위장 취업, 사기 등 거짓을 지어내고 유지하기 위한 모든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다.      

<화차> 중, 선영을 죽이고 현장을 청소하는 경선


3) 설정하기     


(1) 상황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 인물은 그러한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자기애가 높은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더 이상은 그러한 상황을 버티지 못할 만큼 심각한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법하다.

다른 사람들을 속일 만큼 뛰어난 두뇌와 치밀함이 더해진다면 훌륭한 스릴러나 범죄물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리플리>의 맷 데이먼

(2) 취약상황, 갈등요인

거짓말이 탄로나거나 주인공의 언행을 의심하는 주변인들이 있을 때 갈등이 심화된다. 주인공의 거짓말과 대비되는 비참한 현실도 감상자들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거짓말> 중, 아영을 의심하는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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