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감

공포나 불안이 사라진 직후의 감정

by 한선생

A씨는 네 살 짜리 아이를 데리고 쇼핑몰로 외출을 했다. 신이 나서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아이를 몇 발짝 뒤에서 따라가던 A씨는 잠깐 물건을 보는 사이에 아이를 잃어버렸다. 눈앞이 캄캄해진 A씨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한 상점의 유리문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A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하얗게 질렸던 얼굴에도 다시 피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안도감은 공포나 불안 등이 사라진 다음의 감정을 뜻한다. 무서운 영화가 끝나거나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험을 보고나면 긴장이 풀려 마음이 놓인다.


※표지 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안도감: 불안한 마음이 가시고 걱정이 없이 편안한 느낌


생물학적 속성 및 기능

직접적 위험에 대한 반응인 공포와 잠재적 위험에 대한 반응인 불안, 불안으로 인한 근심과 걱정은 교감신경계의 흥분을 유발한다. 투쟁-도주를 위해 몸을 긴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는 호흡, 혈액순환, 소화 등에서 불편한 내수용 감각을 일으키는데, 공포와 불안이 사라지거나 근심과 걱정을 끼치던 문제가 해결되면 자율신경계의 길항작용에 의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VD43776229_w640.jpg

활성화된 부교감신경계는 호흡과 맥박의 안정, 소화기능의 촉진 등 신체를 이완시키며 이는 편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갑자기 놀란 다음에 긴장이 풀리면 이러한 내수용 감각이 극대화되면서 ‘한숨 돌렸다’, ‘막혔던 기가 뚫렸다’ 등의 표현으로 나타난다. 근심 걱정이 클수록 가슴을 내리누르는 압박감으로 지각되는데 압박감에서 벗어날 때의 감정은 해방감, 또는 내수용 감각인 후련함으로 표현된다. ->해방감, 후련함


안도감의 기능은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로 우리 몸의 항상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공포, 불안, 놀람 등으로 활성화된 교감신경계는 우리를 위험에 대응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몸에 무리가 가고 결국 항상성이 깨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속되는 공포와 불안은 불안장애로 진단될 수 있고 만성적인 불안은 우울뿐만 아니라 인지적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공포와 불안은 지속되지 않는 편이 좋다.


문화적 맥락

안도감은 공포, 불안, 놀람 등의 정서가 해결된 이후의 감정으로, 교감신경계가 잦아들고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었을 때의 느낌과 관련된다. 공포, 불안, 놀람이 기본감정이니 만큼 안도감 또한 기본감정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보편적인 심리과정이라 할 수 있으나 한국문화에서는 안도, 안심, 다행을 비롯하여 다양한 내수용 감각 표현까지 안도감과 관련한 표현이 많은 편이다.

SSI_20150109164634_V.jpg

‘마음’이 들어간 일반적인 표현으로 ‘마음을 놓다’라고도 하는데, 일단은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예의범절과 관계 유지 등 마음을 놓지 못할 일이 많았던 문화의 반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불안에 민감하고 근심과 걱정이 많은 한국인 심리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한국인들은 높은 자기가치감을 바탕으로 높은 내적 기준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이상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위험을 회피하고 미리 불안을 제거해야 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이러한 사고과정을 근심걱정이라고 한다면 근심걱정이 끊일 일이 없는 것이다.

20190906_205934_315_1.jpg

*안도감과 다행감

안도의 표현 중 하나인 ‘다행이다’는 말은 ‘더 안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이만 하길 다행이다’는 뜻이다. 이는 대조효과의 하나로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 특히 하향적 사후가정사고의 결과다.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정하면(상향적 사후가정사고) 부정적 감정이, 지금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정하면(하향적 사후가정사고) 긍정적 감정이 드는데 다행감은 후자의 사고과정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안도감과 평온/평안/안온함, 편안함

안도감이 일정 기간의 불안이나 공포 후에 긴장이 해소되는 감정이라면, 평온/평안/안온함은 일정 기간 동안 근심걱정 없이 조용하게 평화가 지속되는 감정이다. 고뇌와 번뇌가 없거나 있어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이들이 이러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신체에서는 부교감 신경계가 작용하여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느낌이 이어진다. 평온/평안/안온함은 활달하고 짜릿하며 에너지 넘치는 기분은 아니지만 차분하고 가라앉는 긍정적인 감정이다. 한편, 편안(便安)함은 그러한 상태에서 느껴지는 내수용감각을 뜻한다.

d26e9522004530e260ec74f0c911e6b7.jpg

표현/이해의 팁

안도감은 내수용 감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근심걱정이 사라지면 호흡 및 혈액순환이 정상이 되고 소화가 잘 되어 입맛이 살아나며 안색이 밝아진다. 답답하거나 거북한 곳이 없고 전반적으로 편안하다. 평온/평안/편안/안온함은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감정이다. 평온/평안/편안/안온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표정이 온화하고 몸가짐이 차분하다.


9791191638288.jpg


매거진의 이전글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