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는 과정을 4단계로 나누어 본다면 1)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을 통해서 돈을 모은다 2) 저축을 하면서 관심 자산에 대해서 투자공부를 한다 3) 투자를 하며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다 4) 다시 처음부터 반복한다 일 것입니다.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돈에 대해서는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한 번의 예외없이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대학시절 교환학생을 갔었는데 부족한 용돈에 불만만 가졌지 스스로 돈을 벌거나 불리거나 해야겠다는 생각자체가 없었습니다. 경제학도로서 시험만 칠줄 알지 실물경제에 대한 감각이나 돈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현저히 떨어졌던 것이죠. 그후로도 대학 졸업 전까지 돈이라하면 부모님이 주시는 것을 아껴서 쓰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나는 빨리 취직을 해야한다. 그리고 돈을 벌어서 부모님처럼 착실히 살아야 한다. 이게 돈에 대한 가치관의 전부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제 인생의 목표는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처럼 사는 것으로 세팅이 되어있었던 것 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지금과 비교해서 대학생을 포함한 20대들이 투자에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이었던 시절 같습니다. IT버블이후 이공계기피현상도 있었고, 전문직이 되려고 복수전공이 유행하기도 하고, 유학/어학연수/해외인턴십 등을 하기위해 열심히 준비하던 친구들이 기억납니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초등학생도 주식을 한다고 하는데, 과거의 우리는 틀리고 지금이 맞는걸까요?
앞선 글에서 간략히 언급하였듯이 시대별로 부를 축적하는 방식은 차이가 날 수는 있습니다. 일본의 90년대 버블이후 잃어버린 30년을 살아온 세대들은 저금리 임에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없었기 때문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해외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눈을 돌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저성장의 늪에빠져 소비보다 절약을 중요시 생각했기 때문에 내수시장이 성장하지않았기 때문이죠. 물론 그 덕분에 돈키호테나 무인양품, 유니클로 등 새로운 비전과 사명을 가진 기업도 탄생하였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같은 기간에 어땠을까요?
90년대 한국은 반도체, 석유제품, 조선업 등 수출을 필두로 금융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말 그대로 원료를 수입하여 가공해서 재수출을 하면서 엄청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분위기와 다르게 한국은 그야말로 호황기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 부모님세대들의 경우는 열심히 일한만큼 대가가 따르고 회사도 성장하고 나라도 성장했습니다. 낭만의 시기였겠죠? 그런데 갑자기 경제위기가 와서 나라가 부도위기에 처합니다. IMF가 터지죠. 그러자 이번엔 전 국민이 너나 할것없이 금모으기 운동을 합니다. 돌반지, 결혼반지를 내놓기 위해 몇 시간을 줄을 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직 눈에 훤합니다.
투자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를 키워오신 부모님세대가 우리 보다 투자에 덜 기민하고 필요성을 덜 느끼면서 대신 우리 자식들에게 사랑을 더 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키워주기 위해서 애쓰셨던게 당연한 것 같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 돈의 무의식을 해체하면서 가난한 마인드를 주신 부모님을 원망했으나 그것이 부모님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과거에는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저금하고 욕심내서 땅을 좀 사놓으면,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미래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기에, 투자라는 개념의 위험성이 오늘날보다 더 크게 부각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삶의 질이 점점 높아지고 직업도 점점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개인별 수익차이가 과거와 비교도 될 수 없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SNS가 거기에 불을 붙이게 되죠. 휴대폰 속의 세상은 모두가 부자이고 럭셔리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실제 대부분 허상이겠지만요. 하지만 인간은 감각적인 동물이기에 이에 자극을 받고 그 세상과 나의 세상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중산층은 어느 정도 수준이 맞을까요?
보통 중산층은 소득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부동산 자산을 합산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를 통한 계층인식이 생긴 것이죠. 실제 통계를 보면 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월 소득 600-700이 소득 상위 25% 수준인데, 부동산의 경우 10억은 있어야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괴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괴리가 우리의 일상적인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고 그게 투자에 관심도가 높아진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직장인 연봉 30년을 모아도 강남의 아파트를 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물가를 못잡은 정부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계속 집을 사기위해 빚을 내는 개인의 문제일까요? 정부와 국민, 개인은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니 어쩌면 질문이 애초에 틀린 것 같습니다. 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폭탄 돌려서 살림살이 나아지는 게 없고 손해보는 것은 개인입니다.
이제 왜 우리가 투자에 민감해졌고, 필요성을 느꼈고, 공부를 해야되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집을 못산다는 분노, 그리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함, 언제 회사가 나를 해고할지 모른다는 공포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이 앞으로 해결될까요?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되지 않을까요? 이러한 전반적인 사회현상이 투자가 아닌 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어느 누구도 투자나 투기에 대해서 올바른 가르침을 주는 곳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은 저만 받는 거였을까요? 대학은 이론만 가르치며 금리에 대한 개념만 설명합니다. 증권사나 은행은 투자상품이라면서 장사를 할 뿐이죠. 저는 그 어디에서도 올바른 투자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자산을 바라보는 방법과 태도에 대해서 배우지 못함을 항상 탄식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