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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달 May 01. 2021

성장하는 아이와 엄마

무서운 엄마는 되기 싫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있다면 그건, 아이가 부모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닐까?


며칠째 콜록콜록. 감기가 집안을 한 바퀴 돌고 있다. 덕분에 먹을걸 신경 써서 해준다고 주방에서 내내 동동거렸다.


"아프지 말라고!"속상해서 내내 했던 말인데 잔소리로만 듣는다.

목감기를 끌고 가는 아이에게 생강차, 도라지 배즙을 계속 데워주었더니 나를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엄마라고 말한다.


학교 갈 때 보온병에 데워 싸준 차를 한 모금도 먹지 않고 하교를 했다. 못 마신 온갖 이유를 우표 붙이듯 착착 가져다 붙인다. 못 이기는 척해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계속되는 핑계로 너스레를 하는 아이가 순간 '아 얄밉다!' 일부러 안 먹고 싶다고 다시는 싸주지 말라는 항의를 이렇게 하나 싶었다.


11살짜리 엄마가 어른이가 되지 못해서 속상한 마음을 맞받아쳤다. "먹기 싫어서 안 먹고 가져온 거 다 안다."고 말하고 났더니 할 말이 없다. 곧 사춘기가 오면 아이랑 싸울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눈뜨면 발끝부터 꼬물거리며 이불속으로 들어온다. "배고파!"말하고 품에 들어와 "사랑해? 사랑해!"라고 질문반 대답반 하고 나가는 아이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다.


진심에 속상한 마음을 표현해하는데, 속상한 마음에 진심을 담아서 화를 냈더니 들은 척도 안 한다.  나도 어려서 아빠가 장난반 담은 진심을 기분 나빠했는데 생각해보면 아빠도 표현이 참 서투신 분이셨다. 서툰 표현에 진심은 알 길이 없다.


남편은 샌드위치가 돼서 아이 손을 잡고 병원에 가준다. 아이에게 "엄마가 잘못했네!" 하고 웃으며 아이의 너스레를 다 받아주는 고난 위 너스레를 깔아주고 우쭈쭈 데리고 나간다.


아이와 단둘이 외출한 남편은 병원에 들렀다 맛난 거 사주고 이야기 다 받아주고 감정을 토닥토닥하고 돌아오면 그럼 마지못해 기분이 풀린 아이는 또 "엄마 사랑해"하고 머쓱하게 어댄다.


무서운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 속에 어른이 되지 못한 감정들 단속하기 어렵지만, 애쓰는 이유는 무서운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게 튀어나온 이유를 말했다.


"증내서 미안해. 엄마도 엄마 된 지 11살 밖에 안됐어. 엄마도 어렵고 힘드니 좀 도와줘, 너도 힘든 거 있으면 엄마도 도와줄게!" 평화의 협상을 제안아이는 어른이 도와달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우쭐해하고는 그러마 호언장담을 한다.

매일매일 아이의 도움받아 성장하는 엄마.


사랑에는 진심인 편이 좋은걸 속상한 마음 크게 부풀려 아이에게 자존심을 부려야 상처만 남는다.

솔직하지 못해 진심을 감춰놓고 아이와 싸우지 말자.


11살, 어느새 10대 청소년의 시기에 접어드는 딸아이와 잘 지내볼 고민 주름살 늘어나듯 는다.

내게도 청소년을 바라보는 지혜가 있어야겠다고 유쾌, 상쾌, 통쾌한 코드로 아이에게 다가가야지, 아이의 마음을 두드리는 엄마가 돼야지 상상의 바다를 건너며 고민한다.


사랑해야 보인다. 아픈 아이 마음 끌어안아야 보인다.

서툴러 마음 표현 못 하고 빙글빙글 돌려서 틱틱하는 그 마음 화가 되지 않게 알아주고, 힘들 때 함께 울어주고, 포기하지 않는 꿈을 꿀 수 있게 보여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성장하면 부모는 자연스레 심판관이 되려 한다.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다 아는 것처럼 쾅쾅 두드려 버린다. 아쉽게도 자주 심판관이 되고 뒤늦게 깨닫는다.


나도 10대를 거쳐왔지만, 내 아이의 10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께 살 수 있다.

내 아이가 나와 함께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동료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심판관이 아닌, 사랑에 진심인 편인 친구로 남을 티켓 한 장을 얻을 수 있다.

아이의 성장을 오롯이 지켜볼 수 있다고 해서 부모는 오만해지지 말아야 한다. 결국, 아이나 부모나 똑같이 성장해야 하는 거다.



뭣 하러 무서운 엄마가 돼서 아이의 삶을 쥐락펴락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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