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글쓰기
제목 없는 글쓰기란 이름으로 일기도 아닌, 감상도 아닌 글들을 써온지도 꽤 오래되었다. 아마 창업과 동시에 생긴 버릇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란 무게감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하기 위해, 목적없이 시작해서 목적을 찾아가는 글쓰기를 위해서 이런 방법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이 글은 제목을 쓰고 시작한다. ‘창업한지 9주년 새벽에 쓴글’
이 제목에는 몇 개의 해시태그가 들어있다.
#창업9주년
9년 전 오늘,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법인등록을 하겠다고 관련 서류들을 챙기고 인터넷에서 신청서류들을 접수하다가 잘 안되서, 교대에 있는 곳까지 가서 제출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접수와 동시에 나오는 사업자등록증. 이 서류 한장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결심을 했었는지 모른다.
무계획이 상팔자라고 했던가! 딱히 비전이나 거창한 계획을 짜고 시작한 건 아니다. 그 즈음에 회사를 그만두었고, 굳이 다른 회사에 입사할 생각은 없었고 그렇다면 사업자를 내보자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9주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그 날은 상상하지 못했다.
직장인으로서 8년을 다닌 회사가 있었다. 가장 오래 다닌 회사였다. 지금 소셜프로그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9주년이니, 이 회사가 내가 가장 오래다닌 회사가 되었다. 회사 대표로서 이긴 하지만, 직장인과 비교해서 대표로서의 일만 늘었을 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업무가 많다.
#창업가로서마음가짐
창업을 하기로 했다면 뭐가 필요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이 다른 사람에게도 맞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제안하는 방식이 이해가 되는 사람이라면 나랑 비슷한 사람이겠지! 엠비티아이로 볼때 말이다.
#새벽글쓰기
새벽이 주는 감성이 있다. 창 밖은 어둡고 공기는 차갑고, 도시는 죽은듯 고요하다. 별마저 잠이 든 이 시간에 내가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에 장단을 맞춰 생각을 정리하는 이 시간이 나에겐 유익하다.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인간형이라, 새벽글쓰기가 흔하진 않다. 요즘 강의가 많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새벽 감성은 포기하고, 나의 바이오리듬에 의존해서 남들 출근하는 9시 즈음에 기상하곤 했다. 9시 즈음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상시간이고, 새벽1시 즈음이 내가 자주 잠드는 시간이다. 나의 수면주기는 예전부터 하루 8시간이다. 난 나의 수면시간이 만족스럽다. 너무나 바빠서 8시간을 수면하지 못한 날들이 일어나면 주말에 몰아서 잠을 더 자서, 일주일 평균수면시간을 채우곤 한다. 그건 계산해서 나오는 짬이 아니라, 내 몸이 알아서 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 어쩌면 하루 8시간 그 이상 수면시간이 늘어났을 것이다. 그렇게 모인 수면시간들이 새벽3시 40분인 지금 일어나서 새벽글쓰기로 안내했을 것이다. 이건 추측이라 쓰고 내몸이 아는 인공지능의 결과다.
*주의사항: 새벽감성으로 쓴 글이라 오글거릴지도 모른다.
#호기심이 사라진다면
인생을 살면서, 나의 최대 강점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호기심이 생기면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그걸 어떤 행동으로 옮기고 행동이 쌓이면 결과가 나오는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 모든 과정의 출발점은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나의 강점이 사라졌다! 호기심을 찾아야 한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도 호기심이 계속 샘솟는 방법은 없을까? 워라밸을 유지하면서도 성과를 내는 방법은 없을까? 결과적으로 열심히 일하면 성과가 더 잘 나오는 것은 맞다. 성과가 잘 나왔다고 해서 인생이 즐거운 것은 잠깐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다들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자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테니까! (흔한 오해중에 돈이 많으면 모든 것이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부자가 된 사람들도 딱히 그렇진 않다는 거다. 물론 돈이 있으면 기본적인 걱정들을 덜어주겠지만 부자가 된다고 해서 그 이상의 걱정들까지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설명충)
*다들 창업을 해봤으면 좋겠다. 직장인으로서 억울함은 사라질테니까 (이건 창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직장인보다 창업가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흔한 오해중에 내가 일의 주인이라면 더 즐겁게 일할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은 기본적으로 하면 힘들다! 만약이라는 요소가 실제로 일어나서 제거되었는데도 여전히 일이 즐겁지 않으면 그때 멘붕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흔한 오해라고 하는 것이다-설명충)
직장인에서 창업인으로 바뀌고 첫 3년은 신나게 일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일이 힘들게만 느껴지더라. 그래서 2년을 재밌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다니고 해볼 걸 다 해보니 일 자체가 힘들다는 걸 알게 되서, 일을 아예 떠나는 방법(은퇴)를 고민하면서 2년을 보냈다. 그런데 일이 줄어드니 일이 있을 때보다 더 힘들게 느껴져서 다시 2년은 일을 열심히 잘 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했다. 그리고 올해가 되었다.
일 - 잘해도 힘들고 못해도 힘들고 없어도 힘들도 많아도 힘들고 혼자해도 힘들고 함께해도 힘들다
일의 힘듦을 이해하고 일과 화해를 하면서 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면, 밸런스를 잡아가는 것은 언제나 줄타기다.
그렇지만 결국 줄타기가 답인 건가 보다. 그 줄타기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려면 호기심이 필요하다.
#호기심을 유지하는 힘은 체력인가? 멘탈인가?
호기심을 유지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체력에서 오는 건지, 멘탈에서 오는 건지! 결론은 항상 둘다 필요하다!로 향한다.
계속 일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다면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알아야 하고, 그걸 바탕으로 오래 일하는 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어쩌면 오래 일하는 법에 대해서 정리하고 싶었나보다.
#오늘의결론: 오래 일하는 법
9주년 기념으로 9년 후에도 일하고 있을까? 라는 주제를 가지고 본격적인 글쓰기를 해보려고 한다.
9년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다!
잘 해내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잘한다+해낸다를 목표로 삼으면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투자해야 할 것 같고 힘이 들것 같아서 중도포기를 선언할수도 있다. 그래서 ‘잘한다+해낸다’를 버리고 ‘계속’에 방점을 찍는다.
9년 후를 생각해본다. 나는 사십대 후반인데 오십대 후반이 될 것이다. 지금보다 일을 잘하기 위한 조건들은 모두 나빠질 것이다. 체력이 나빠지고, 업무속도 떨어지고, 트렌드 변화에 민감성 떨어질 것이다. 부정적으로 현상을 바라보려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두 발을 두고 미래를 보기 위한 것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 되는 사람도 마찬가지고,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이 되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빠지는 것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9년 동안이나 계속 일을 하고 있다면, 감사하다! 일을 떠나서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디테일한 행동원칙들은 지금부터 세워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니 생각이 멈춰버린다.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까? 오늘은 여기까지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에 만족하며 글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