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최고의 요양원

by 온은주

남편이 감기에 걸렸다.

오한이 왔다가, 몸살이 왔다가, 다시 오한이 왔다.

주말이라 여는 약국을 찾아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사왔다.

아침을 먹고 감기약을 먹은 남편은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라는 말과 함께 침대로 들어갔다.

커튼을 닫고, 방은 조용하고 어둑해졌다.

가끔 심심하면 휴대폰으로 쇼츠를 본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마찬가지.

약간 회복된 듯하지만, 여전히 기운이 없다.

나는 거실과 서재를 오가며 내 일을 하다가도

문득 남편이 잘 있나 싶어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그럼 그는 눈을 반쯤 감은 채, "괜찮아"라고 중얼거리며

일어날 기색은 전혀 없다.

커튼이 쳐진 침대, 조용한 호흡, 약의 냄새.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생각이 든다.

우리가 늙어서 요양원에 들어가면 이런 풍경일까?

하지만 전혀 슬프지 않다.

요양원이라는 단어가 우리 세대에게는

더 이상 슬픔만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나를 누군가 케어해주는 공간,

그저 안전하고 편안한 하루가 반복되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삶의 한 형태.

물론 집보다는 병원 같겠지만,

요즘은 집처럼 꾸며진 요양원도 많다.

우리가 나이 들 즈음엔 더 나은 서비스, 더 따뜻한 공간도 생기겠지.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말한다.

“그럼 여기가 최고의 요양원이네. 이 정도 서비스를 받고, 이정도 공간이 있으면 완전 부자야"

참, 긍정적인 사람이다. 나도 웃었다.

진짜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내가 아플 때 누군가가 약을 타다 주고,

따뜻한 밥을 먹고, 마음껏 쉴 수 있는 이곳.

오늘 우리집은, 최고의 요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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