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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뉴 Aug 16. 2023

포루투갈 노을 맛집은 여기!

김성주 작가의 포루투갈 여행기

안녕하세요, 한국 분 맞으시죠? 괜찮다면 옆에 좀 앉아도 될까요? 그나마 엉덩이 디밀 데가 여기뿐이라서요. 고맙습니다. 하아, 여긴 오늘도 굉장하네요. 포르투(Porto)에 있는 사람들 다 모인 것 같죠? 하긴, 포르투 노을 스폿이라면 누구든 모로 공원(Jardim do Morro)을 떠올릴 테니까요.


여행 중이신 거예요? 포르투는 언제 오셨어요? 죄송합니다, 질문이 너무 많죠. 오랜만에 한국말로 대화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신이 나서. 저는 두 달째 여행 중이에요. 포르투는 여덟.. 잠시만요. 빈, 프라하, 파리, 니스… 열번째 도시네요. 아아, 어젯밤에 오셨다고요. 저는 열흘 째랍니다. 보시다시피 도시가 참 근사해요. 작아도 이래저래 할 것도 많고요. 다음 주에 리스본 가는 야간 버스를 예약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취소할까 고민하고 있답니다.



| 포르투 노을 맛집,
모로 공원과 동 루이스 대교!

ⓒ 김성주 작가


그나저나 포르투에서의 첫 노을을 모로 공원에서 맞으시다니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여기선 도오루(Douro) 강과 강따라 다닥다닥 늘어선 색색의 건물들, 도시의 상징인 동 루이스 대교(Ponte Luís I)까지 한 번에 볼 수 있거든요. 근데 그거 아세요? 강 너머가 포르투, 여기는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라는 도시인 걸. 역시 뭐든 한 발짝 떨어져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나 봐요.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죠.



ⓒ 김성주 작가


여기서 가장 좋았던 것이라… 별다른 고민이 없다고 할까요? 여기서 하는 고민이라곤 저녁놀 보면서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그 정도가 전부니까. 한국에서의 일상에서 제법 멀어진 덕분이겠죠. 아! 오늘 노을은 어디서 볼까, 하는 고민도 있어요. 포르투에 온 날 노을이 정말 눈부시게 예뻤거든요. 그래서 매일 다른 곳에서 해 넘어가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어요. 추천이요? 다리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면 푸니쿨라 승차장이, 그 뒤로 주차장이 있어요. 그 주차장에서 보는 풍경을 추천합니다. 여기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아서 난간에 앉아 여유 부릴 수 있거든요. 포트 와인 한 병 들고 가시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 포투 여행 시 '와인'과 '나타'는 꼭! 

ⓒ 김성주 작가



와인 좋아하신다고요? 잘됐네요! 포르투갈이 세계에서 와인이 가장 저렴한 나라거든요. 게다가 이곳 포르투가 포트 와인(Vinho do Porto) 산지이기도 합니다. 네 맞아요, ‘포트’가 이 도시의 이름에서 딴 거예요. 브랜디를 섞은 와인이라 도수가 높지만 입에 감기는 단맛이 일품이랍니다. 강 위에 떠 있는 배 보이시죠? 저 배들이 포도밭에서부터 싣고 온 와인을 여기서 숙성시켰다고 해요. 강 주변으로 유명 와이너리들이 즐비하니 와이너리 투어 해 보세요. 와인 제조 과정부터 수십 년 된 빈티지 와인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가격도 저렴합니다. 저도 20년 숙성한 토니 포트 와인을 한 병 사 와서 매일 밤 한 잔씩 마시고 있어요.



여러 안주와 어울리지만 포르투갈에 오셨으니 에그타르트와의 페어링 어떠세요? 포트 와인이 단 맛이 강해서 디저트 와인으로도 좋거든요. 포장이 간편하니 오늘처럼 공원에서 노을 보면서 마실 때도 제격이죠. 마침 3대 나타 가게가 강 근처에 몰려 있으니 한 번씩 방문해 보셔도 좋겠네요. 파브리카 다 나타(Fabrica da Nata), 나타 리스보아(Nata Lisboa), 만테이가리아(MANTEIGARIA)입니다. 아, 포르투에서는 에그타르트를 *나타라고 불러요. 저도 여기 온 첫날 세 집 다 가봤는데 맛 차이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어디를 가시던지 계피와 설탕 가루는 꼭 챙기세요. 풍미가 완전히 달라진답니다.


*파스텔 데 나타(Pastel de nata) - 커스터드 타르트



ⓒ 김성주 작가



포르투식 저녁 만찬을 원하시면 엘레베 바이샤(éLeBê Baixa)라는 레스토랑에 가서 문어 스테이크를 드세요. 커다란 문어 다리에 감자, 시금치를 곁들였는데 껍질은 파삭, 속살은 몰캉한 말 그대로 겉바속촉.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식감이었어요.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처음으로 맛있게 먹은 문어 요리였다면 설명이 될까요? 거기에 그린 와인(Vinho Verde)을 곁들이면 완벽한 식사가 될 겁니다. 포트 와인과 반대로 도수가 낮고 단맛이 적어서 보통 식전주로 차갑게 마시지만 요리에도 잘 어울려요.




| 포투만의 우아한 기차역, 상 벤투

ⓒ 김성주 작가



여기에도 유명한 성당이며 수도원, 궁전이 있습니다. 여느 유럽 도시처럼요. 하지만 상 벤투(São Bento) 역처럼 우아한 기차역은 드물지 않을까요? 동 루이스 대교를 건너서 그 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됩니다. 소박한 도시 분위기와 상반되는 육중한 건물이에요. 크기도 크기지만 우아한 건축 양식이 아마 눈에 띄실 거예요. 덕분에 종일 북적이는 오거리가 낭만적으로 보이죠. 길 위에 늘어선 테이블에서 나타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그 앞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 알록달록한 기념품 가게들, 녹색 신호 켜지자마자 밀려들고 빠져나가는 인파까지.


기차역 앞에선 심호흡을 한 번 하세요. 들어서자마자 사방으로 펼쳐진 벽화들을 살펴보느라 정신없을 테니. 걸음도 잊고 아예 입구에 멈춰 선 사람들도 종종 있을 정도니 제 말이 허풍이 아니란 건 가보면 아실 겁니다. 층고가 아주 높은 미술관에 계신 느낌일 거예요. 게다가 벽화들은 모두 타일로 구워진 작품들입니다.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장식 기법인 아줄레주(Azulejo)라고 해요. 수백 장의 타일들을 붙여 한 장의 그림 그리고 벽 전체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섬세함에 매료되실 거예요. 무엇보다 그 공간을 배경으로 도시에 머물고 스치는 이야기들이 지금도 쉴 새 없이 교차하고 있잖아요. 그 어지러운 조화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 김성주 작가



이런,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사이 제법 어두워졌네요. 다행히 오늘도 날이 맑아서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게 여행지에서의 행운이고 또 행복이죠. 만약 일정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제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에 초대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아아, 나쁜 사람 아니니 오해 마시고요. 이 도시에 관해 그리고 각자의 여행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혼자 다 마시기에 와인이 너무 많기도 하고요. 여기서 가장 큰 볼량 시장(Mercado do Bolhão) 근처에 있으니 적당히 안주를 사서 한 잔 하시고 저녁엔 파두(Fado) 공연 함께 보러 가시죠. 이곳 전통 음악인데 애절한 멜로디가 술 맛을 돋운다고. 그래서 공연 중에 포트 와인을 한 잔씩 준다고 합니다. 포르투답죠.




ⓒ 김성주 작가



오늘치 축제도 이렇게 끝났네요. 이미 많이들 일어난 걸 보니 아마도 노을보단 다른 목적이 있었나 봅니다. 여행의 한 페이지를 잘 넘긴 것을 축하하고 싶었다던가, 친구들과 떠들고 마시고 싶었다던가 뭐 그런 것들요. 저도 이만 일어나야겠어요.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이 도시는 적당히 좁으니 어쩌면 계신 동안 다시 마주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포르투에서의 이야기 들려주세요. 멋진 밤, 즐거운 여행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을 여행 포토그래퍼 김성주 작가가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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