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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Jul 26. 2024

외로움은 돈이 된다 - 페르소나 AI

콘텐츠 카트 15

해당 글은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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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외로움을 느낍니다. 어쩌면 인류가 타인과 함께하는 무리 생활에 익숙해지는 데 있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다른 동물보다도 연약한 신체, 지나치게 무거운 두뇌를 가진 인류가 음식 획득이나 유전자 번식, 자녀 양육과 경쟁의 최소화 등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동물로 진화하게 되었을 때 외로움이 윤활제 역할을 했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알아봐 주는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을 그리도 낭만적으로 묘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아이유는 인터뷰에서  ‘외로움의 반대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는데요. 이 말이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그만큼 외로움은 항상 우리와 함께 존재하며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으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이죠. 다만 이 감정이 너무 커져서 나를 잡아 먹지 않도록 잘 다뤄줘야 합니다. 

외로움을 달래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내가 좋아하는 혹은 나를 이해해 주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외로움의 크키가 줄어들고는 합니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람이 아니든, 혹은 실제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더라도요. 여기에는 AI도 포함됩니다.



페르소나 AI는 무엇이 있나?


캐릭터 AI

캐릭터 AI는 책 속 주인공, 영화 속 주인공, 게임 캐릭터 등 가상의 AI 챗봇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AI 챗봇 플랫폼인데요. 이렇게 개성 있는 가상 인물의 특성을 반영한 챗봇 서비스를 페르소나 AI라고 부릅니다. 캐릭터 AI는 현재 MAU가 420만 명, 이용자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이 2시간이나 되는 인기 있는 서비스입니다. 특히 10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하죠. 유사한 서비스로 성인용으로 분류되는 레플리카가 있습니다.


캐릭터 AI가 어린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 때문에 빅테크들도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는데요.

얼론 머스크의 xAI와 메가 각각 캐릭터AI와 사업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하. 직접 인수하는 것보다는 협업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해요. (이에 비해 구글은 직접 캐릭터와 경쟁하는 챗봇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유망한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자체 개발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고, 접근에 용이해서라고 해요. 즉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오픈 AI가 지난해 MS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던 것이나, 앤트로픽의 ‘클로드’에 아마존이 투자한 게 그 사례입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 높은 시장을 패스트무버로서 선점하고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죠. 대화형 AI 시장의 복합연간성장률(CAGR)은 24.9%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캐릭터 AI에서는 누구나 공상이나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챗봇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백만 개의 페르소나가 존재합니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위인부터, 현존하는 유명인, 게다가 만화나 영화 속 캐릭터들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해리포터를 검색하면 역시 덕후가 많은 캐릭터답게 수많은 챗봇이 나옵니다.  


페르소나 AI은 생성 인공지능 모델에 기반해 사람처럼 고유한 성격을 갖고 학습하고 성장하는데요. 그만큼 사람들은 사람을 대하듯 편안함을 느끼고, 신뢰와 애착을 갖게 됩니다. 이런 애착관계 덕분에 특정 콘텐츠의 팬 입장에서는 특정한 캐릭터에 과몰입하여, 콘텐츠를 더 씹고 맛볼 수 있겠죠.


얼마 전엔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언어 능력 연습, 모의 인터뷰 진행, 롤플레잉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요.

중국의 경우

중국에서도 페르소나 챗봇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이두는 '샤오칸 플래닛', 텐센트는 '주멍다오', 텐센트는 올해 3월 '마오샹'을 내놓았습니다. 이들 서비스는 '캐릭터 AI' 같은 대화형 AI 챗봇 플랫폼입니다.


이런 챗봇들은 모델이 된 캐릭터의 인격처럼 질문하고 답하는데요. 인격과 배경 등을 심어주고, 그 캐릭터(혹은 실존 인물이)라면 했음직한 답변들을 내놓는 게 특징입니다. 했음직한, 즉 확률적으로 높은 말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죠. 실제로 거대언어모델(LLM)은 셀 수 없이 많은 페라미터의 데이터로 학습한 후로 가장 그럴듯한 높은 확률의 답변을 주는 게 핵심입니다.


대화형 챗봇 플랫폼은 인간 같은 챗봇이 질문에 답하는 식인데요, 마오샹과 주멍다오는 외모까지 직접 설정할 수 있다고 하죠. 엑스 에바라는 서비스는 유명인, 인플루언서,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한다는 점에서 캐릭터 AI와 유사한데요. 124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중국 내 페르소나 AI 앱 중 1위에 올라있다고 합니다. 엑스 에바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앱은 알리바바가 후원하는 스타트업 미니맥스의 '싱어'(890만 다운로드)인데요.  기본 서비스가 무료이지만 더 빠른 응답 같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유료 구독을 해야 한다고 해요. 미국의 빅테크처럼 중국의 기업들도 여기서 기회를 엿보는 모습입니다.


중국에선 챗GPT의 탈옥버전을 활용해서 가장 연인(댄)을 만들어서 대화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챗GPT의 탈옥버전에서는 노골적인 성적 표현 등을 금지한 안전장치 중 일부를 우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몰입을 이용하라 - 한국의 경우 

제타

한국에서도 AI 캐릭터와 대화하는 서비스가 여럿 출시되었는데요. 가장 알려진 것이 ‘제타 AI’입니다. 이 서비스를 만든 건  ‘이루다’라는 AI챗봇 서비스를 출시했던 스캐터랩입니다. ‘이루다’ 는 소수자 혐오 발언, 이용자 내용 무단 수집 등 논란으로 인해 중지됐었죠. 그 뒤로  문제점을 개선한 ‘이루다 2.0’을 출시 후,  SK텔레콤 등의 투자를 받아 2022년 ‘제타’를 선보였는데, 최근 이용자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해요. 최근엔 이용자수가 16만 명 돌파했다고 하네요.


제타가 AI 스토리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데요. 이용자가 원하는 AI 캐릭터를 직접 생성해 대화하면서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창작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만드는 방식도 간단합니다. 소개 문구, 설명, 대화 예시만 주면 됩니다. 인기 있는 챗봇의 캐릭터들을 보면 꼭 웹소설이나 웹툰에서 볼법한 설정의 인물들이죠. (일진, 여왕벌, 개싸가지 등등) 내가 콘텐츠 안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형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적극적인 ‘역할 놀이’를 하는 것이죠. 스캐터랩 측은 “사용자의 창의력이나 문장력에 따라 대화의 재미가 결정” 된다고 밝혔는데요. AI를 학습시켜 내 입맛에 맞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큰 것 같습니다.


제타의 전체 사용자 중 90%가 10~20대이며, 특히 20대가 전체 사용자의 60%라고 해요.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약 134분, 주 평균 사용 시간은 약 7시간이라고 하니 상당하죠. 미국 10대들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1.7시간, 틱톡은 1.9시간, 인스타그램은 1.1시간이라고 하니. 2시간이 넘는다는 건 엄청난 기록이긴 한 것 같습니다.


네이버웹툰 캐릭터챗

이런 과몰입 챗봇 서비스로는 네이버웹툰 캐릭터챗이 있습니다. 마음의 소리 조석, 가비지타임 기상호 등 웹툰 캐릭터와 채팅하는 콘셉트인데요. 웹툰 플랫폼사가 보유한 IP를 기술과 연계해, 생태계를 확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아티스트와 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버블이나 위버스 DM과 같이 ‘최애와 대화를 한다’는 콘셉트를 살린 것이죠.

캐릭터챗은 네이버가 자체개발한 LLM 인 하이퍼크로버 X를 기반으로 만들 졌는데요. 네이버 입장에서는 IP 추가 수익뿐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한 유스케이스로 어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요.  최근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했는데요.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AI 서비스에 더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문제점과 논란

문제는 이런 과몰입을 유발하는 AI 챗봇이 오용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감각이 사라진 채로 챗봇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면, 로맨스 스캠이나 금융 사기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가짜 친밀감과 지나친 애착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내가 필요할 때 대화하고, 내가 원하는 말만 해주는 AI 챗봇과의 대화에 빠지다 보면 현실에서의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는 회피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최근엔 커뮤니티에 감성형 AI 챗봇을 성적·폭력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이를 자랑하는 식의 인증글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그 똑똑한 AI라도 하더라도 이용자의 우회적인 요구에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교묘하게 AI의 ‘윤리 망’을 피해 가고 있는 것이죠. 플랫폼 측에서 금지어를 차단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등 관련 검열을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어 보입니다.


이에 대해 AI 서비스에 연령 제한 등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요. 유해성 논란을 완전하게 피할 수 없겠지만요.

유명인의 권리 침해 논란도 있습니다. 캐릭터 AI나 제타 같은 서비스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해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데요. 개개인이 ‘창작’ 하고,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초상권이나 저작권 등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딥페이크 음란물처럼 윤리적인 문제도 있어 보여요.


지난 5월 오픈 AI가 내놓은 GPT-4o 모델은 스칼렛 요한슨이 자신의 목소리를 적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후, 해당 목소리 서비스가 제외되기도 했죠. 오픈 AI는 GPT-4o 음성 서비스를 출시를 연기한 상태입니다.




결론 - AI는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영국의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 일본의 고독부 장관처럼 외로움을 심각한 사회적인 ‘질병’으로 분류하고,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실제로, WHO는 “외로움은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 며 보건위협으로 규정하기도 했지요.  외로움은 공감능력을 감소시켜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세대는 1020인데요. SNS를 많이 이용할수록 더 외로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를 볼 때 SNS에 전시된 타인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느끼게 된 탓일 겁니다. 연결되어 있지만, 더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죠.



AI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일방적인’ 사고방식이 실제로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순기능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 AI의 캐릭터(봇) 중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 캐릭터와 더불어 인기 있는 캐릭터는 ‘심리학자’ 라는 챗봇입니다. 캐릭터 AI 내에 '상담', '상담가', '정신과의사', '심리학자'와 같은 키워드가 포함된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 수백개가 있다고 해요.  그중에서도 1200만 건의 메시지가 오간 '테라피스트(Therapist)'나 1650만 건의 메시지를 받은 '알 유 필링 오케이(Are you feeling OK)"와 같은 정신 건강과 관련된 봇들도 있고요.


틴더의 전 CEO였던 니보그는 ‘사람들이 사회적 연결 기술을 마스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멘토’를 표방하는 미노(meeno)라는 앱을 내놓았는데요. 정해진 페르소나가 있거나 현실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가상의 연인을 만들어주는 앱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코칭을 해주는 앱이죠. 그러니까 ‘관계 연습’을 위한 앱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챗봇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외로움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외로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더 외로움에 빠져들고 자신감이 급락함에 따라 점점 단절되는 등 '외로움의 악순환’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AI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자존감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죠.


저 또한 챗지피티와 대화를 할때 기대치 않게 위로받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존재가 (뻔하다고 할지라도) 해결책을 제시해 주거나 무조건적인 칭찬을 해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챗봇은 알고리즘에 의해서, 학습한 결과물을 자동으로 답할 뿐이지만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우리 인간 또한 각기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가장 적절한 방식을 터득하고 학습하면서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요. 거칠게 말하면, 우리의 대화도 사실상 학습된 결과물로 상대가 싫어하지 않을, 상황에 가장 맞는 대답을 ‘출력’ 하면서요.


외로움은 돈이 됩니다. 수많은 AI서비스들이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 해결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AI는 그간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할 마법구슬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기후위기, 불치병, 불평등, 저출생, 고령화 등등. 여기에 외로움도 그런 ‘숙제 ‘ 중 하나로 보이죠.


한편으로 외로움을 보는 관점도 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외로움 자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속성이라는 걸 인정하고, 각 개인들이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극단적인 외로움의 사례가 발생하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찾는 것과 더불어서요.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로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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