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싸이트 이름이 프리 사주였는데...

홀린 듯 결재한 15000 원짜리 사주

by 저지방라떼

시작은 유튜브였다. 평소 사주, 운세를 보지 않는다. 힘들 때만 하느님 찾는 불량 신자이긴 하지만 난 천주교 신자이니까

그런데 요즘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관상가 선생님 논리에 마음이 동했다

그분 말씀이 사주를 아는 것은 내 분수를 아는 거란다. 내 타고난 그릇이 간장 종지인데 욕심으로 국그릇으로 물을 부으면 종지에 담긴 물도 다 넘쳐 밖으로 나온다고...


그걸 보면서 문득 '내 그릇도 밥그릇도 안되는데 내가 욕심만 곰국 냄비만 한 거 아닐까 내 그릇은 얼만한지 궁금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20년 직장인 플렉스로 인터넷 운세에 15000원 결제를 했다.(이게 맞나 하는 마음을 애써 모른척했다.) 운세 결과는 생각보다 유익하다? 였다. 호기심에 돈 버린다는 각오로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나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작은 오류가 있어 게시판 톡톡으로 문의드렸더니 실시간으로 수정해 주시고 서비스로 다른 운세도 보게 해 주셨다. 나는 15000원에 30000원어치 운세를 보는 행운을 누렸다 ㅎ


제일 기억에 남는 글귀는

당신은 모래 위에 고대 왕실을 지으려는 과대망상을 버리고 산꼭대기일망정 두 평짜리 오두막을 짓겠다는 성실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어쩌고 저쩌고)..... 안정되고 행복하게 산다.

말년운은 부지런하기가 개미와 꿀벌 같아서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어쩌고 저쩌고) 좋다.

제일 하이라이트는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자세는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물이 흘러가듯이 모든 것에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으며 모나지 않게 행동해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조용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생활이 꼭 필요하며 미리미리 정확하게 건강관리를 해라


이게 적다 보니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좋은 말 대잔치 같긴 하지만 난 내가 살아온 길을 알고 지금의 위치를 아니 이 말들이 너무 마음속에 들어왔다.


(너 조금 안다고 잘난 체 말고) 겸손해라

(경력 많다고 바른말한다 설치지 말고) 유연하고 둥글게 지내라

(후배들과 일하는데 빅마우스 되지 말고) 부장으로 내 역할에 충실해라 입 닫아라

(맨날 피곤하다고 소파에 들어 누워 유튜브 작작 보고) 운동하고 식단도 관리하고 건강 챙겨라.

마지막으로 거창한 거 한다고 주변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작아도 내실을 다져라


아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다

내 만오천 원은 돈값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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