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대하여

by 저지방라떼

20년도 더 된 계모임이 있다. 20살에 만나 4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인생의 큰 사건을 함께 해 온 네 명의 친구들,

우린 결혼 소식을 서로에게 가장 먼저 알렸으며 결혼식에 제일 빨리와서 가장 끝까지 남아 신부를 돌보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고, 아기의 탄생을 누구보다 축복했으며 삶의 고비와 슬픔에 동감하여 슬퍼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 살지만 일년에 한번은 신년회를 통해 1박 2일의 만남을 가졌고 사이사이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우리가 이렇게 사이좋게 늙어갈 것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되고 소중하게 여긴 인연도 기한이 있는가 보다.

두 친구 사이에 신뢰에 금이 가는 사건이 터졌다. 돈과 직장이 얽혀있었다.

우정과 사랑이라는 가치로 쌓아가던 우리 관계에 돈과 직장이라는 현실이 끼어들자 관계에 금이 가지 시작했다. 급기야 한명은 배신감에 며칠 밤을 자지 못했고 다른 쪽은 그 정도도 받아주지 못하는게 우리 관계냐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상태로 2년.

그 둘 사이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 다섯명의 아름다운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

나는 모임 회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 친구에게 전화해서 한참을 통화하고

저 친구에 전화해서 함참을 위로하고


쉽사리 이별을 이야기 하지 않도록 시간을 벌었다.


우린 20년도 더 된 사이니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면

희석되지 않을 감정을 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어제로 끝이 난 것 같다.


이번에는 중간에서 지쳐버린 내가

친구의 전화를 받고 "그래. 알겠어. 니가 그렇게 힘들다면 그렇게 할께."라고

수긍해버렸다. 어쩌면 친구는 내가 한번 더 잡아주길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단톡방을 다시 파서 친구들에게 안내했다.

"앞으로는 여기서 이야기하자. 자세한 이야기는 1월 말에 우리 모임 때 만나서 .."


다른 친구들도 별 다른 반응없이 알겠다고 동의했다.


싸움은 다른 친구 둘 사이에서 났고

관계의 마무리는 내가 지었다.


결국 그렇게 되었다.


참 인연을 이어가는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애를 써았을까 하는 회의도 들었다.


관계의 종말을 고한 친구는 사실 1년 전부터 곗돈을 내지 않고 있었다.

전화로 "내가 다시 한번 사과할께. 내가 한번 잘 해결해서 너희들 걱정하지 않도록 노력할께."라고 이야기 한 친구는 사실 해결의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제 전화로 "사실 나 1년 전부터 곗돈도 내지 않고 있잖아. 너도 알겠지만, 나 그만 계에서 나갈께."라고 이야기 하는 그 목소리가 3개월 전 전화 통화의 내용과 너무 달라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1년 전부터 나갈 생각으로 돈을 내지 않았나, 그럼 그 동안 나와 다른 아이들은 무엇을 한 거지, 왜 마치 해결해 보겠다는 듯 이야기 한걸까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지만

"알겠어. 곗돈은 1월 모임 후 정리해서 연락할께."라고 마무리했다.


나라면 이 인연을 쉽게 놓지 않을 것 같은데

내 인생의 반을 넘게 함께 한 사람들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포기가 될까


하는 의문도 이제 그만하려한다.


살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다.

살다보면 별 노력없이도 이어지는게 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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