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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봉 Aug 29. 2024

(신입에게) 회사에 친구는 없습니다.

그게 나쁜 건가요? 

믿었던 회사 친구에게 뒤통수 맞았어.


어느 날 사회생활 2년 차 동생이 조언을 구했다. 회사에서 유일한 또래에 성별도 같아서 금방 가까워진, 매일 메신저로 실시간 폭풍 수다를 떠는 동료에게 무척이나 서운한 일이 생긴 얘기였다. 가족으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2가지 위험이 감지되었다. 첫 번째, 매일 메신저로 폭풍 수다를 떠는 부분. 두 번째, 회사에서 적당한 거리감 없는 '친구'라는 관계를 둔 부분. 


나도 신입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회사에 친구가 있다고 믿으며 새로 친해진 그룹 안에서 사적 공적인 말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오픈했다. 그러다 크게 데인 적이 있다. 몇 번의 추가적인 경험들을 통해서 회사에 절대로 친구란 개념은 있을 수가 없음을 깨달았다. 당시엔 조금 시니컬한 관점이었다. (인생엔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식의..)


10년의 회사 생활을 거쳐, 여전히 같은 생각이냐 묻는다면 그렇다. 아직도 나는 회사에 친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냉소적이었던 신입 때와는 조금 다른 시선이다. 회사에 꼭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친한 동료가 친구보다 덜 좋을 이유도 없다고 본다. 


신입, 금방 친해지고 금방 멀어지다.
 

이 얘기를 특히 신입 사원에게 하는 이유는 있다. 회사 이전의 삶에선 도저히 상상도 못 한 일들을 난생처음 겪게 되는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급속히 유대감을 느끼고 마음을 열기 쉽다. 또한, 학교에서 친구 관계만 경험하다가 회사로 막 넘어왔기 때문에 회사 사람과의 관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나의 의견과 달리 회사에서도 충분히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입사 동기 백여 명 중 마음 맞는 열몇 명이 모여 그룹을 형성했다. 내가 이 얘기를 할 때마다, 선배들은 그 모임 얼마 안 갈 거라 했고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회사 주변 맛집을 탐방하고 미팅을 나가고 누군가의 생일에 반드시 모여 다 같이 축하해 주고 연말에는 에어비앤비를 빌려 마니또 파티를 했다. 부조리한 회사 생활, 말도 안 되는 직장 상사, 꼰대 선배들... 인생 최고로 극적인 순간들을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백방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은 마치 전우애와 같은 친밀함을 갖게 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모임은 얼마 못 가 막을 내렸다. 나 포함 몇몇 동기들 간에 불편한 일들이 생기면서 세상 둘도 없는 친구 사이처럼 각별하던 우정이 금세 빛을 바랜 것이다. 이 모임뿐 아니라, 당시 생겼던 모임들 중에 지금까지 유지되는 게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단순 유대감과 동질감 만으로 친해지기 쉬운 신입 때의 관계들은 금방 깨질 확률도 높은 것 같다. (오히려 신입을 벗어난 이후 생긴 관계들 중엔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이 많이 보인다.) 


결국인 일로 엮인 관계니까

같은 팀에 여러 명의 동기가 함께였을 때의 일이다. 연초에 내려진 업무 중, 나에게로 일이 몰린 걸 인지한 초임 팀장님이 중간에 업무분장을 변경했다. 그 과정에서 내 일의 일부가 동기에게로 갔다. 그 동기는 당시 속했던 모임에 있던 친구였다. 난처하긴 했으나 내가 내린 결정은 아니었기에, 내 딴에는 동기를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너도 지금 과부하인 상태면 같이 팀장님에게 이야기해 보자'라고 했다. 동기는 버럭 하며 짜증을 퍽 냈다. '이미 나한테 일이 왔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후 동기와 잘 풀었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는 관계 중 하나지만 저때의 일로써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일과 성과를 베이스로 돌아가는 회사의 태생적 속성 때문에라도, 회사에서 완벽한 우정을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이다. 특히나 일로 엮여 있다면, 더더욱 어려울 수 있다. 


받은 만큼 일하는 곳인 회사에서, 받은 것보다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받은 것보다 더 일하게 될까 봐 늘 초 긴장 상태인 곳이 회사이기에, 일 앞에서 마냥 친구처럼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친구이기 때문에, 받은 것보다 더 일하며 친구의 일까지 대신해 줄 수 있는가? 친구이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낸 성과를 아무런 대가 없이 친구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수 있는가? 


친한 동료와 친구, 그 사이 어딘가

그렇다면 회사는 친구도 만들 수 없는 삭막하고 퍽퍽한 공간일 뿐인가? 내 대답은 아니오다. 역으로 되묻는다. 친한 동료로는 부족한가? 


10년 차인 나에게는 수많은 친한 동료들이 있다. 가끔씩 일 앞에서는 감정 보다 이성을 앞세우고, 다른 의견을 가졌을 땐 내 의견을 정중하게 펼쳐 보이기도 하지만, 근본에는 이해와 존중이 깔려있는 소중한 관계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 회사 동료들과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친해지기 쉽다는 사실은 여전히 팩트이다. 앞뒤 설명 하지 않아도, 때로는 눈빛 만으로도 대화가 통한다. 말을 꺼내면 단박에 알아듣고 솔루션도 제공해 준다. 공통된 경험으로써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이에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가족, 친구ㅡ 그 이상이다. 


동시에 나는 경계한다. 공감대 때문에 분별없이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점, 결국엔 일로 엮인 관계라는 점을 항상 명심한다. 죽이 너무 잘 맞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누군가 매일 메신저를 보내올 때, 점심을 넘어 저녁까지 약속이 이어질 때, 가까움 앞에서 나는 특히나 신중해진다. 


같은 경험, 특히 고난을 공감하며 분위기에 휩쓸리 듯 가까워지는 것을 주의하기 위해서. 성과를 기제로 돌아가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탄생하기 힘든 우정이라는 판타지를 착각하지 않기 위해서. 


과유불급, 언제나 과한 것은 위험합니다.


적당한 거리가 가장 건강합니다, 특히 회사에서는요.


사회 밖 관계도 사실은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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