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게 왜 이상한 걸까? 난 이런 내가 소중한데.
회사에서 버크만 디브리핑 진단 결과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생각이 많아졌다.
진행자 분은 나에게, 지금까지 봤던 시그니처 리포트 중에 가장 숨겨진 욕구 패턴이 많다고 했다. 지금껏 잘 보지 못한 패턴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기도 조금 힘들 거고,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든 굉장히 복잡한 성격의 소요자라고 했다.
나는 나를 잘 알겠는데. 복잡한 게 나쁜 건 아닌데. 나는 늘 인간이, 복잡한 존재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 신념에는 비교적 충실한 편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내 설명을 할 땐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하는 걸 보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 왜 죄송한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고보니 내 욕구가 회사라는 조직에서 원하는 가치와는 정 반대적인 성격이었다.
그런데 나의 행동은 내 욕구와 정 반대로이고. 그러면서도 내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는 또다시 반대 행동을 강화하는 특성.
근본적으로 회사형 인간이 아닌데, 회사에서 잘 해내고 있다보니 나날이 사회화 되고, 그게 발전해서 매일 조금씩 회사에 맞춰지고. 그러면서 내 진짜 욕구와는 멀어지고. 스트레스 행동까지 욕구와 멀어지는 쪽으로 발현되고. 진짜 나를 아무도 모르고. 그렇게 나를 방어하고.
묘한 슬픈 기분에 많이 울적해지는 하루였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도 어려울 거라고 했지만, 뜯어 놓고 하나씩 보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왜 욕구를 숨기는지, 왜 욕구와 반대로 행동하는 지에 대해서ㅡ 나는 너무나 잘 알겠더라. 그래서 더 슬픈 거였을지도.
세상이 어지럽다. 그것이 슬픔을 더한다. 이렇게 흘러가게 둘 수는 없다. 이렇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