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엄마를 알아가는 세 단계

미움, 이해 그리고 사랑

by 옹봉

어느덧 서른 중반을 넘기고,

10년 20년 전만 해도 '같은 반이었다면 절대 친구 안 할 것'이라며 싸우기 바빴던 엄마가 이제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인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 큰 딸인 내가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을 적어본다.



phase 1 : 미움
도대체 엄마란 사람은 이해가 안 가!


엄마는 소띠 나는 말띠, 가족들끼리는 소와 말은 본디 서로 안 친하다며ㅡ 엄마와 나는 속된 말로 '디지게' 싸웠다. 사춘기를 시작으로 아마 스물 후반 정도까지는 이어진 것 같다. 단지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것만이 아니라, 엄마와 나는 기질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나는 맨날, '내가 엄마랑 같은 반이었다면 아마 절대로 친구 안 했을 것'이라고 항상 말했다. 변덕이 너무 심해서 맨날 말이 바뀌는 것과, 우유부단해서 식당에 가면 메뉴를 금방 정하지 못하는 것, 감정 기복이 심한 것 등등ㅡ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볼 때면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하고 화가 날 지경이었다.



phase 2 : 이해
엄마가 사랑스럽게 보이는 순간

그런 엄마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엄마는 원하는 것도 많은 데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도 있어서 식당에 가도 뭘 먹는 게 최선일지를 고민하다 한참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고, 본디 기질적 성향이 예술가라 (엄마는 미술 전공에 미술 선생님이었다.) 그때그때의 열정에 충만하다 보니 당연히 변덕스럽거나 감정 기복이 심할 때도 있었다.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화도 나지 않았다. 식당에 가서 뭘 먹을까 한참 고민하는 엄마를 보면서는, '아 엄마~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구나? 그러게~ 어떤 게 제일 좋으려나? 그럼 둘 다 조금씩 시켜서 맛보면 어때?' 하게 되었다. 엄마의 변덕이나 롤러코스터처럼 휘몰아치는 감정 앞에서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엄마의 성향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예술가적 스타일을 갖고 있는 엄마가 매우 사랑스럽게 보였다. (놀라운 것은 우리 아빠는 이미 예전부터 phase 2의 단계로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존경과 사랑을 늘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phase 3 : 사랑
엄마와 닮은 나를 발견하다


그리고 지금, 서른 중반에 나이에 나는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나에게서 엄마가 보일 때마다 말이다. 10년 20년 전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한다. 남편도 말한다. "너는 엄마야" 깨닫게 된다. 나는 아빠도, 동생도 아닌 우리 엄마를 가장 닮았다는 것을. 어떠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최선을 선택을 하고 싶어 수도 없이 고민한다.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하다 보니 라이프 스타일이 한 방향으로 일관되거나 정제되지 않는다. 남편은 나에게 자주, "종 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행히 감정 기복은, 아빠의 영향을 조금 받았는지 엄마보다는 차분한 편이라고 느끼지만ㅡ 이것도 나이를 먹으면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엄마를 닮아간다.

그리고 엄마를 닮은 나는,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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