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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그림 Aug 16. 2018

#4. 그렇게 나는 죄인이 되었다.

느리지만 한발자국씩 앞으로, 그림이맘 이야기



내가 키우던 아이가 아닌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다람쥐 같았다.     



갑작스런 아이의 행동 변화에 집에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덜컥 겁이 났다.

무서웠다.          



그 날 저녁. TV에서 귀신을 보는 스님이 나왔다

보자마자 그림이는 귀신이 씌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말고는 갑자기 변한 아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스님이 계신 곳을 확인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아이를 데리고 스님을 찾아갔다

일찍 간다고 서둘러 갔지만 TV를 본 나와 같은 심정의 사람들이 벌써 문 앞에 길게 늘어 서 있었고나는 아이 손을 잡고 길게 늘어선 대열에 합류했다.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스님이 우리 앞을 지나가시다가 나와 아이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가만히 아이를 보며 말했다.     


아이는 병이니 여기 있지말고병원으로 가세요.”      


병이라고 했다아이가 아프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얼어붙은 입과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겨 

아이의 손을 잡고 그 곳을 나왔다.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놓고 앉아 계속 생각하고생각했다

아이가 어디가 아픈걸까

아파서 울지도 않는데.. 

아파보이지도 않는데... 

그냥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건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런데 그 때놀이방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가 넘어져서 머리가 다쳐 응급실로 가고 있다는 다급한 호출 전화였다

깜짝 놀란 마음에 단숨에 아이가 가고 있다는 응급실로 향했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후

놀이방 선생님에게서 우리 아이에게 생긴 일에 대한 자초지종과 소문으로만 들었던 일들에 관한 핑계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일은 그림이가 혼자 놀다가 혼자 넘어져서 다쳤어요

그리고 저희는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아이가 잘되고건강에도 좋아지라는 뜻에서 발바닥만 살짝 때리는 정도에요.”

모든 이유에 아이 탓을 하며 아이에게 손 대는 것이 별 것 아니란 듯 말하는 선생님 얼굴에 욕을 퍼붓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따지고 싶은 말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화를 내면 그동안 눌러놓았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미친 사람처럼 퍼부을 거 같아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꾹꾹 누르며  

치료가 끝난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내내 분이 풀리지 않아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에 생각을 반복했다.

전화해서 욕을 할까찾아가 따질까소송을 걸까...’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생각을 이어오다가 그림이에서 생각이 멈췄다

그 순간 욕이고 소송이고 치밀어올랐던 분노마저도 모두 부질없게 느껴지며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그림이가 시급했다

바로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고

며칠을 수소문하여 신경정신과에 가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며칠을 여기저기 찾아다녀 그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분으로 손꼽히는 전문의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는 긴 시간동안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고 

그 검사 끝에 드디어 남편과 내가 의사선생님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진료실의 긴장감만이 내 몸을 휘감는 것 같았다

남편도 그랬을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무엇 때문인지 궁금했다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침이 꼴깍 넘어가지도 않을만큼 입이 말랐고

내 시선은 의사 선생님 입에 고정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입을 떼며 말했다

그림이는 발달장애라고 하며발달장애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하셨다.     


발달장애는 엄마의 잘못으로 생깁니다.”     


쿵 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엄마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엄마 책임이라고 했다.

..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죄는 나의 몫이 되었고,

그날부터 나는  그림이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있는 죄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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