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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그림 Aug 24. 2018

#5. 엄마가 미안해

느리지만 한발자국씩 앞으로, 그림이맘 이야기





꿈은 아니겠지..’

농담한 건 아니겠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몇 개월을 울면서 보냈다.     



어렸을 때 부모님 말씀을 안 들어 속 썩였던 기억이 떠올랐고,

친구랑 다퉈 상처되는 말을 했던 일도 생각이 났다     



불교집안인데 나만 교회를 다녀서 그런가..

로 인한 죄들 때문이라면 내가 사죄하고 다니면 그림이가 괜찮아지지 않을까..          



외출을 할 때도 옷차림에 신경이 쓰였다.

애는 저 모양인데 엄마란 사람이 자기만 꾸미고 다닌다.”며 손가락질 할까봐 반거지꼴로 하고 다녔다.

 


이런저런 생각들만 떠올랐다     



내 머리 속 생각들을 누군가가 봤다면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한다고 하겠지..     



그런데 나도 모르게 불쑥 불쑥 그런 생각들만 떠올랐고

그 생각들은 내 머릿속을 빙글 빙글 돌다가 서로 엉켜버리는 것이 아닌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되버려서 그 생각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창 밖을 바라보니하늘이 참 맑았다.

바람도 산들산들 불어 빼꼼히 열린 문틈 사이로 커튼이 나부끼고 있었다.

아이와 병원을 다녀온 뒤로 처음으로 창 밖을 내다본 거 같다.

나 때문에 집 안에만 있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이와 함께 밖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많이 없는 시간을 생각해 두고

그 시간에 놀이터로 향했다

오랜만에 바깥에 나오니 그림이가 뛸 듯이 좋아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아서 인지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한 햇살에 온 몸이 살살 녹아버리며 

풀어지지 않는 실타래 같았던 우울한 생각들이 사라져버리는 듯 

참 좋았다.     



그렇게 한참 신나게 뛰어노는 그림이를 눈으로 쫓으며 놀이터를 거닐면서 햇살의 따뜻함에 취해 있을 때그림이보다 한참 어린 아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아이는 내 다리를 톡톡 치며 물었다.     



아줌마저 형 바보에요?”     



나는 그 말에 대답대신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이가 말한 바보 엄마처럼.     



그리고 아이는 바보 엄마가 보인 눈물에 

왜 울어요이상한 아줌마네.”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저 형 바보에요?          



자그마한 아이의 짧은 물음이 다시 한번 내 마음을 후벼 파 들어왔고 잠시 느슨해졌던 쇠사슬이 다시금 내 몸을 죄어오며 한동안 굳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목이 막혔다.

소리없는 눈물길만 내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렀다.     





엄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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