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 그 대망의 첫날
아침 7시 45분. 평소보다 더욱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택시를 급하게 잡아타고 쓰레기 집으로 향했어요.
일전에 현장견적을 도와주셨던 특수청소 업체 팀장님과 오늘 도와주실 팀은 이미 현장에 도착하신 상황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늘 처음 현장을 보시는 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와... 와... 이런 데는 처음 봐요.
저희가 화재 현장도 가고, 고독사도 그렇고,
큰 쓰레기집도 가고
정말 별 현장을 다 가는데요.
어... 진짜 큰 곳에 물건이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 봐요.
머쓱해하면서 한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연륜이 남달라 보이는 실장님께서 전두지휘를 시작합니다.
저 방부터 치울게요!
여쭤보니 거실이 아닌 방부터 치우는 데에는 이유가 있더라구요.
1. 방을 먼저 비워야 ‘살려야 할 물건’을 옮겨둘 수 있고, 그래야 거실과 복도의 동선이 열릴 수 있는 환경.
2. 고객분께 진척도가 빨라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작업 속도가 훨씬 붙기 때문.
마음 놓고 자리에 앉아, 저는 오늘 2가지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나는 버려서는 안 될 물건을 현장에서 컨펌드리는 일, 그리고 바로 '영양사'입니다!
이 쓰레기집에서의 특수청소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냉장고도, 냉난방기도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특수청소 하시면서 땀을 흘리실 텐데, 언덕 위에 있는 이 집에서 한참을 내려가 또 한참 걸어가야 하는 얼마 없는 음식점까지 왔다갔다 하시는 것도 일이시겠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특수청소를 하는 3일 내내, 배달 업체에 주문을 하거나 제가 편의점에 걸어가 얼음을 구해오고, 시원한 음료를 열심히 사오는 역할을 자청해서 맡았습니다.
한편, 이런 특수청소 현장은 특수청소팀만 오는 게 아니더라구요.
이날은 폐기물 처리 업체, 고철·가전 수거팀, 심지어 골동품 취급하는 분까지 오셔서 일을 거두어 주셨습니다. 유품 정리 현장에서는 특히 골동품이 많이 나오다보니 추가로 얻어갈 매물이 있는지 보고자 오시는 듯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유품이 있다면, 가능하면 꼭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믿을 수 있는 분들이더라도, 이렇게 물건이 많으면 귀한 것들이 폐기물 속에 섞여버릴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게 정신없이 오전이 흘러갔고, 어느 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자자, 잠시 쉬고 하셔요.
편하고 든든하게 한끼 뚝딱 하시라고
점심을 시켰어요!
쉬면서 하셔요.
저도 때가 되니 배가 고프더군요. 현장일을 하다보면 몸이 너무 무거워지거나, 배달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면 아무래도 불편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한그릇 덮밥들을 시켰습니다.
쓰레기 가득한 집 안에서 먹기에는 이미 먼지 투성이에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저도 특수청소 업체 분들과 도로 옆, 폐기물 더미 위에 걸터앉아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 사연이 있는 젊은 분들이셨고, 존경심마저 들더라구요. 저보다 더 호리호리한 여성분도 땀을 뻘뻘 흘리며 주말이 이렇게 시간을 내주고 계셨습니다.
오후가 시작되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감격스럽던지요!
하지만 복병이 있었습니다. 바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들은 별의별 물건 내지는 가구들이었는데요.
가장 재밌던 것은 거실었습니다. 물건을 한가득 빼내고 났더니 거대한 형체들을 드디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뜨악!”하게 만든 것은 내부 시멘트 벽에 앙카로 박아 굳게 설치한 수제 제작 렉이었습니다.
아... 이거 골치 아프더군요.
앙카를 청소 업체 분들이 철거하시는 것은 사실상 ‘청소’의 영역도 아니고, 제거를 위해서는 공사성 철거 전문업체가 필요해보였습니다.
도대체 거동도 불편하셨던 90세 아버지는 이걸 어떻게 설치하셨던 걸까요? 자재는 또 어디서 나셨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제 머리를 쥐어싸게 만든 괴상한 물체가 또 하나 등장했습니다. 바로 ‘치과의자’입니다.
네, 맞습니다. “위이잉~” 귀를 찌르는 소음과 함께 공포에 떨게 만드는 바로 그 치과의자 말이에요.
아마도 아버지가 리클라이너처럼 사용하신 것으로 보이는 이 고물 치과의자에는 사기 접시들도 해괴한 모습으로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이 녀석을 몇 번 해체하거나 부숴보려고 했으나, 일단 말도 안 되는 무게에 베테랑 남자 직원분들도 혀를 내둘렀고, 살펴보니 온갖 전선과 엉켜있어 영 가능해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것도 ‘의료폐기물 전문업체’를 제가 직접 수배하여,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이번 특수청소 기간 내에 해치우기로 했습니다.
아... 갈수록 비용이 추가됩니다. 예비비를 넉넉하게 잡아두길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떡 - 하니 개수대가 있었습니다. 아일랜드 식탁 같기도 했구요.
이게 당췌 왜 거실에 있는지, 수도와는 대체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의아했으나 어쨌거나 이것도 청소, 아니 철거가 가능한지 아찔했습니다. 기가 찹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특징을 또 알 수 있던 것들이 있었는데요. 수많은 기록물과 수백 여개의 열쇠, 그리고 그것들이 온통 각종 실과 체인으로 연결된 가방 안의 가방 안의 가방 안의 가방이었습니다.
이것들은 관통하는 것은 뭐랄까요, '강력한 보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무언가를 혹여라도 잃어버릴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나 봅니다. 혼자서 쓰레기와 불안 속에 살았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잠시 코끝이 찡했습니다. 우리가 서로 도와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게 정신없이 저도 일을 거들다보니, 어느덧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총 트럭 세 대가 폐기물을 싣고 나갔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청소 첫날, 전후 사진을 보실까요? 사실 아쉽게도 전(비포 Before) 사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도저히 서있을 수가 없어서 사진도 찍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안방입니다.
이불과 옷이 한가득 나왔던 아버지만의 드레스룸(?)은 가장 먼저 정리된 곳이었습니다. 여기가 빠르게 정리되면서, 보관하거나 분류가 추가로 필요한 물건들을 보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해가 깜깜해졌고, 트럭은 총 3대가 나갔습니다. 약 3톤 정도 분량이었던 것 같아요.
고맙게도 오밤중에 남편과 남편 친구가 큰 차를 몰고 저를 구하러(?) 와주었습니다만, 일을 조금 더 해야만 했습니다.
저녁도 못 먹고 더러운 바닥에서 잠시 뻗어있다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냈어요. 구석에서 제가 어릴 적 좋아라하던 병풍을 발견했거든요. 남편이 꽤 맘에 들어해서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라도 더 빼내야 비용이 추가되지 않겠더라구요.
깜짝!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답니다. 일전에 발견했던 카메라 무더기가 남아있었습니다.
남편과 남편 친구까지 힘을 모아 각종 중고 촬영기기와 하드박스를 옮겨댔습니다.
한참 길을 달려 남편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먼지가 잔뜩 묻은 몸으로 촬영기기를 꺼내, 또 다시 옮기는 작업이 한동안 이어졌죠.
그렇게 첫날이 끝났습니다. 집은 여전히 먼지와 냄새로 가득했지만, 그 속에 길이 하나 뚫렸습니다. 저는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이어질 특수청소 이튿날을 위해 빠르게 잠을 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