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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Sep 21. 2020

빅매치 리버 플레이트 vs보카 주니어스

아르헨티노들과 축구 경기를 본다는 것은

이날은 L과 P와 함께 L의 집에서 아르헨티나 국내 리그 빅매치인 리버 플레이트 (River Plate ; 현지인들은 리베르 플레이트라고 발음한다)와 보카 주니어스 (Boca Juniors)의 경기를 보기로 하였다. 이 두 팀을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나는 누구를 응원하냐고? 그거야 당연히 P가 응원하는 리버 플레이트를 응원해야 했다. 했었어야만 했다. 안 하면 P에게 손절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두 팀의 경기가 있는 날은 폭동(?)은 당연히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밤늦게 돌아다니거나, 각 팀의 연고 동네 근처에는 얼쩡거려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날 리버 플레이트가 이겨서 P의 기분은 상당히 좋았지만,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상당히 무서웠었다. 다음날, 인터넷 기사와 SNS를 찾아보니, 화난 보카 주니어스 팬들은 또 동네 일대를 때려 부쉈다고 한다.


L의 집에 도착하니, 이미 빵, 초리소, 모르시샤, 께소, 와인 등등 준비를 해두었다. L의 위태롭게 빵을 써는 모습에 혹여나 손가락 베일까 봐 나도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L과 내가 떠들면서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신난 P는 기타를 들고 즉흥 연주를 했다. P는 진짜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전형적인 아르헨티노다. 낯간지러운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도, 되게 마초스럽고, 어떨 땐 엄청 다정하다. 그리고 쉽게 흥분하지만, 또 쉽게 가라앉아서 특히 축구 경기를 볼 때 그의 반응을 지켜볼 때면, 경기보다도 더 재밌다. 이날은 리버 플레이트의 선수들이 실수를 내자, 파블로는 아르헨티노 답게 욕설을 내뱉다가, 나한테 등짝 스매싱 크게 당하고 "미안"이라고 말한 후, 와인이랑 맥주만 연신 들이켰다. 다행히도 리버 플레이트가 이겼고, 우리는 신나게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떠들어댔다. 생각해보니 셋다 다음날 출근인데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마신 건지 모르겠다. 하하하.


스페인어, 특히 까스떼샤노가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이들과 놀 때마다 긴장을 많이 하는데,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이 둘 덕분에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노르웨이에서 일하는 A까지). 요새 DELE 스페인어 시험(스페인 주최 국가 공인 어학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데, 특히 말하기 파트에서 서슴지 않고, 내 의견을 말하는 나를 볼 때면 나 스스로도 놀란다. L과 P가 인내심 있게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내 의견을 끌어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우리는 단톡 방에서 보고 싶다, 잘 지내냐, 아니면 의미 없는 셀카 보내기, 영상통화 등을 하며 인연을 쭉 이어오고 있다. 나의 까스떼샤노 선생님들이자 절친한 친구들. 너무나 그립다.


첫번째 사진 : 축구경기 캡쳐본 / 두번째 사진 : 먹느라 다급한 L의 손 포착 / 세번째 사진 : 신난 P의 즉흥연주
네번째 : 위태롭게 빵을 써는 L과  불안하게 바라보는 나 / 다섯번째 : 연주하는 L과 나에게 기대서 그걸 바라보는 P 그리고 도촬한 나 / 여섯번째 : 와인잔을 잡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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