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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하루 onharuoff Jun 15. 2023

파헤쳐진 흙에서 늦게 살아있음을 보여주다

3월 말쯤에 다이소에서 페튜니아, 라벤더와 로즈마리 씨앗을 구입했다.

작년에 다른 허브를 심었다가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려서 비어있던 화분에 흙을 새로 담고 씨앗을 뿌렸다.


햇볕이 잘들어오는 거실 창틀에 아침에 두고, 저녁에 내 방으로 가져오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라벤더 화분의 흙이 좀 이상했다. 화분이 엎어져서 다시 주어담은 듯한 형태인 것이다.

거실창틀 옆에 앉아 타는 자전거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내려오면서 부주의하시면서 그 화분을 엎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냥 흙을 주어담아 놔두신 것이다(아무말도 없이…).


다시 심으려니 씨앗도 없고 새 흙도 사야하니 귀찮아서 그냥 화분을 내버려 두었다. 혹시나 싶어서 가끔 물을 주긴 했지만 페튜니아와 로즈마리의 새싹이 올라오고 자라는 데도 라벤다는 역시나 소식이 없었다.


한달 쯤 지난 어느날 빼꼼하고 하나의 씨앗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나씩 올라와서 총 3개의 라벤더가 그 흙을 뚫은 것이다.

기특해서 열심히 물주고 조금이라도 햇볕을 쬐곤 했지만 영양이 부족한지 쑥쑥크지는 못했다.


그런데…6월14일 4개의 새싹이 다시 올라왔다. 썪지도 않고, 저 아래 흙에 파묻혀 있다가 이제야 올라온 것이다.

전혀 살아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라벤더가 이렇게 다시 살아난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식물의 생명력에 놀라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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