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니기리상 Sep 25. 2021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포기. 30일 에세이 스물세 번째.


 남들보다 운전면허를  늦게 땄다. 학창 시절 교통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20 이후 운전면허를 따려는 시도조차 포기했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회사에 다니려면 면허를 따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아이가 있으니 면허를 따야 하지 않느냐, 아직도 면허를  따고 무엇을 했냐 등등의 근심 어린 말들을 쏟아냈지만, 그때마다 배시시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다 시간이 흐를수록 막연히 자신을 평생 운전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단정 짓게 되었다.


 육아를 위해 퇴사를 결정한 후에도, 아이의 등·하원이나 급작스러운 병원행에는 여전히 일하던 남편이 달려와야 했다. 아이를 위해 퇴사를 했는데 운전을 하지 못하니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한 필기시험은 예상치 못하게 덜컥 붙어버렸고, 기능시험까지 1년을 고민했다. 결국, 시험 본 것이 아까워 기능시험을 등록했고 첫 시험은 떨어지고 말았다. 역시 나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풀이 죽어 돌아가던 중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난 지금 기능시험이 네 번째예요.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겠네, 시험장만 들어가면 긴장이 돼서. 그런데 아까워서라도 나는 포기 안 하려고. 다음엔 잘할 거예요. 젊으니까!”


 다음 시험을 포기하려 했던 나는 심하게 부끄러워졌다. 아주머니께는 “다음엔 꼭 붙으세요! 저 다음에 안 오려고 했는데 다시 오려고요!”라고 답했고, 그 후로 고막을 사정없이 때리는 강사님의 외침을 꿋꿋이 이겨내며 기능시험과 도로 주행시험을 거쳤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내 얼굴이 떡 하니 박힌 면허증이 나왔다. 정말 기쁜 순간! 면허증을 발급받아 돌아오는 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시작하지 않는 포기가 더 부끄러운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삼십 대 중반을 넘어서야 무엇을 시작하기 전부터 막연한 틀에 나를 가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아직도 종종 끝이 불투명해 시작을 두려워하는 나이지만, 시작이 없으면 어떠한 끝도 오지 않음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은 무엇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