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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강주 Mar 23. 2023

망- 개- 떡



목요일의 점심이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것은 12시 이후에나 가능하지만

점심시간이 끝나게 되는 것은 무조건 1시이다


업무가 12시 1분에 끝나든 3분에 끝나든 30분에 끝나든

업무는 무조건 1시 정각에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무실의 한대리는 견과류를 까먹었고

일주일째 조팀장은 삶은 계란을 우적우적 먹었다


그것은 약속은 아니었지만 의무였다

그것은 의무는 아니었지만 오피스의 미덕이었다

오피스의 미덕은 아마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아니면 조개껍데기가 화폐노릇을 하던 시절부터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되었을 것이다


사무실에 울리던 전화벨 소리가 조용해지고

거래처 이부장과 통화를 나누던 정과장도 회의실을 나와

조용히 그들의 도시락을 까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음식을 씹어먹는 건지 소리를 씹어먹는 건지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람들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아무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점심시간이다



떡.




떡.



초등학교 2학년 엄마아빠가 먼저 잠든 어느 날

밖에서는 찹쌀떡 파는 아저씨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고

작은 저금통을 털어 아파트 5층을 단숨에 뛰어내려가 찹쌀떡을 사온 그 기억이

떡.

진짜였는지 꿈이었는지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지 그렇다고 하기에는 주황색 가로등빛과

파-카 속의 찹쌀떡이 너무나 생생하지만



떡.




떡.



서울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다는 이 빌딩 숲 속에서

누군가가 망개떡을 판다고 외치고 있었고


그것을 듣는 사람들은 1시 정각을 가리키는 시계를

원망하며 애꿎은 타자만 죽어라 칠 뿐이었다




떡.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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