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집착
유현은 안개가 낮게 깔린 산길을 조용히 걸었다. 그는 사람들의 권력 다툼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바람이 밀려오듯 스며들고, 나뭇가지 사이로 산신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현은 놀랐지만, 자신이 궁금해하던 것을 조심스레 물었다.
산신령님… 인간은 왜 권력을 차지하려고 그렇게 치열한 건가요?
산신령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현아, 이 산을 보게.
그는 손가락으로 골짜기를 가리켰다.
여기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
이어 산신령은 말을 풀어갔다.
강바닥의 자갈들을 보게. 흐름 속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나? 물이 조금만 방향을 바꿔도 어떤 자갈은 편하게 눕고, 어떤 자갈은 굴러 떨어진다네. 자연의 모든 존재는 자기 자리를 확보하려는 흐름을 가지고 있지.
유현은 잠시 멍해졌고, 산신령은 유현 옆에 쪼그려 앉으며 덧붙였다.
인간이 권력을 좇는 것도 비슷하네. 단, 인간은 물길처럼 단순한 흐름 속에 있지 않고, 더 복잡한 장치 속에서 살아가지. 스마트폰 배터리가 남들보다 먼저 닳으면 조바심이 나는 것처럼, 인간 사회도 자리를 차지하면 에너지가 덜 들고, 뒤로 밀리면 체력이 더 빠지는 구조일 때가 많지.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산신령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뭇잎을 털었다.
나무를 보게. 숲에서는 햇빛을 먼저 차지한 나무가 가장 많은 곁가지를 내고, 그늘에 놓인 나무는 몸을 비틀어서라도 빛을 얻지. 인간은 스스로 그늘을 만들기도 한다네. 누군가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 그 주변에 생기는 그늘 속에서 반드시 누군가는 눌리게 된다.
유현이 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건가요…?
산신령은 고요히 미소 지었다.
그렇지. 하지만 중요한 건 ‘왜 그렇게까지 치열하냐’일세. 인간은 불안한 존재라서 그래. 자연의 돌멩이는 굴러 떨어져도 돌일 뿐이지만, 인간은 떨어지면 ‘내가 덜 가치 있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따라오지. 바로 그 두려움이 치열함을 만든다네.
유현은 잠시 침묵했고, 산신령은 손바닥을 펼치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유현아, 숲 속의 큰 나무라고 해서 혼자 살아가는 건 아니네. 뿌리 밑에서는 곰팡이들이 서로 연결해 영양을 주고받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은 씨앗을 나른다네. 자연은 경쟁처럼 보여도, 결국 거대한 조화 속에서 움직이지. 인간도 마찬가지라네. 너무 높은 자리만 바라보면 오히려 바람에 먼저 쓰러지지. 적당한 위치에서 균형을 유지한 존재가 오래가는 법이지.
유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인간이 권력에서 자유로워질 방법도 있을까요…?
산신령은 웃으며 대답했다.
흘러가는 물이 바위를 깎는 건 힘이 세서가 아니네.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지. 유현아, 자리를 잡으려는 마음이 너무 단단해지면 스스로 바위가 되어버린다네. 하지만 흐름을 받아들이면 길이 생기지. 타인의 자리보다 ‘내가 어떤 흐름을 만들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 보게나.
유현은 그 말에 마음이 밝아지는 듯했다.
산신령님…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산신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져 가는 바람 속에서 마지막으로 말했다.
자연은 언제나 말해주지. 지나치게 움켜쥐는 것보다 흐름을 조율하는 것이 더 오래가고, 더 강하다고. 자네도 그 흐름을 만들어보게나.
그 말과 함께 산신령은 안갯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고, 유현은 홀로 산길에 남아 바람의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