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게임판

by 기욤하우어



신경전달물질 캐릭터 소개

* 도파민: 즉각적 쾌락과 보상 담당. 스마트폰 알림, 게임 점수, 짧은 영상 등에 반응하며 행동을 강화.

* 세로토닌: 안정과 만족 담당. 잠깐의 휴식이나 소소한 성취에서 분비.

* 코르티솔: 스트레스와 불안 담당. 스마트폰을 놓아야 할 상황, 혹은 장시간 사용 후 피로에서 분비.

* 아드레날린: 긴장과 경쟁, 주의 집중 담당.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 상황에서 신체를 각성시킴.




어느 저녁. 바깥은 어둡고 바람이 칼날처럼 차갑다. 민재는 방 안 조명을 켠 채, 침대에 반쯤 누운 상태로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툭툭 튕기며 게임을 하고 있다. 화면에서 작은 보상음이 울릴 때마다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된다.


“오, 또 이겼다!” 민재가 혼잣말을 내뱉자, 도파민이 팔짝 뛰며 말했다.

“민재야 좋아! 계속하면 더 큰 쾌락이 온다!”


하지만 곧 세로토닌이 잔잔히 개입한다.

“잠깐만, 조금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안정감도 필요하지 않겠어?”


도파민이 눈살을 찌푸린다.

“뭐? 안정감? 지금이 쾌락 루프 타임인데, 방해하지 마!”


그 순간 코르티솔이 숨을 고르며 등장한다.

“저기, 민재야. 손목과 눈이 피곤하지 않아? 너 조금 스트레스받고 있잖아.”


도파민이 반격한다.

“스트레스? 피로? 이런 건 신경 쓰지 말라고! 나랑 놀자!”


아드레날린도 작은 함성을 지른다.

“집중해, 민재! 상대가 움직였어! 반응 속도가 승패를 결정해!”


민재는 손가락을 멈추지 못한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들의 ‘내적 경쟁’이 그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손목에 미세한 뻐근함과 눈의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동시에 강하게 자극하자 민재는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 방 안의 온도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고, 천장의 백열등이 눈을 약간 따갑게 만든다. 민재는 잠시 숨을 고르며 화면을 바라보다가 세로토닌의 한숨을 느낀다.

“민재야, 조금만 손에서 내려놔도 돼. 작은 만족감과 안정감을 경험할 기회야.”


그러나 도파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아냐, 아직 보상 루프가 끝나지 않았어. 알람 한 번만 더, 게임 한 판만 더!”


민재는 잠시 망설이지만, 코르티솔의 압박과 아드레날린의 긴장감 사이에서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손가락은 여전히 화면 위를 스크롤하고, 눈은 반쯤 감긴 채 화면 속 픽셀과 싸운다.


결국 민재가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순간, 신경전달물질들은 모두 숨을 고른다. 도파민은 불만족스러운 듯 한숨을 쉬고, 세로토닌은 살짝 미소를 띠며 안정감을 느낀다. 코르티솔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조금씩 줄어드는 중이다. 아드레날린은 “다음 루프를 대비하자”라고 조심스레 귓속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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