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룸이 '알라미'와 동기화 되는 시간, Wake up meeting
최근 해외 모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신입 때나 회사가 뭐 하는지 관심 있었지. 지금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도 사치야.
일단 빨리 일정 안에 개발해서, 제품을 굴러가게 만들어야 되니까. 이게 다 되면? 다음 할 일 시작되는 거지 뭐.."
사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 큰 기업에서 일하던 친구들 대부분이 위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중 일부는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 찾기에 고심하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그들의 기대처럼 스타트업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충분히 주고 있을까?
물론, 대기업보다는 사정이 나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유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의 야성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스타트업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수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응집력을 위해 어떤 미션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대표가 아닌 직원의 입장에서 본인의 업무에 이런 미션, 비전 혹은 가치들이 촉매로서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사람은 매사에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려는 존재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하는 일이, 제품이라는 큰 그림의 어떤 부분에 대한 공헌인지 늘 궁금할 수밖에 없다.
딜라이트룸은 “모두가 일의 의미를 알고 일 해야 한다”는 부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즉, 제품이 나아가는 방향을 공유함으로써 오늘 내가 할 일에 대해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딜라이트룸이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하고 있는 “Wake up meeting"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려 한다.
Wake up meeting이 자리잡기 전, 딜라이트룸도 각 팀의 업무가 사일로(Silo)화 돼가는 문제의식이 싹트고 있었다. 제품 중심의 유기적인 팀을 추구했기에, 어느덧 찾아온 이런 문제가 묘하게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침마다 Scrum을 짜서 각자 할 일을 공유하고, 매주 주간 회의에서 각 종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등 충분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인가 부족했다. 돌이켜보면, 가급적 업무 효율을 위해 제품 관련 이슈에 대한 대응은 각 팀 별 미팅에서 다루자는 기조가 제품 중심의 구심력을 약화시켰던 것 같다. 이런 Working Culture에서는 새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루트가 부족했고, 그나마 있는 기회에서도 타이밍 이슈로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제품이라는 구심점이 약화되자, 일은 재미없는 루틴이 되었다. 게다가 각자의 생산성을 견인하는 동기의 약화로까지 이어졌다. 조직문화에서 참 무서운 부분이, 부정적인 기류를 감지하기도 전에 이로 인한 변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딜라이트룸은 아직 이 뿌리가 깊어지기 전에, 팀적으로 이런 부정적인 변화를 수면 위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이 문제의 원인을 찾는데 많은 토론이 필요했다. 그렇게 우리가 찾은 결론이 제품이라는 구심점의 약화였던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해결책만 찾으면 되었다. 딜라이트룸의 여러 장점 중 하나인 '무엇이든 빠르게 시도해보며, 배우고, 학습읉 통해 최적의 솔루션 찾기'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렇게 약 3달여간의 Try and error 반복 끝에 “Wake up Meeting”이 탄생했다.
매일 아침 딜라이트룸의 구성원은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 자리에서, 딜라이트룸이 서비스하고 있는 ‘알라미(Alarmy)' 관련,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대시보드를 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일명 “Wake up meeting"이라고 불리는 이 자리에서, 각 파트의 담당자들이 진행 한 내용 및 이슈들을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이 이뤄진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이뤄지는 논의들을 나래비 세워보면 아래와 같다.
앱 릴리즈 일정 체크
기획 단계: 새롭게 인입된 기획안 공유/토론
개발 단계: 개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이슈 공유
QA 단계: QA중인 프로젝트의 이슈 공유
분석 단계: 릴리즈 된 기획의 분석 내용 공유
완료된 프로젝트의 Lesson Learned 공유
개발자라면 ‘개발' 단계의 담당자로서 일 하게 되겠지만, 각 스텝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기 때문에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Wake up meeting은 ‘알라미’ 성장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며 속력을 낼 수 있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제품 개선을 위한 미팅을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딜라이트룸의 미팅은 특별하다.
먼저, 매일 합의된 틀 안에서 제품 이슈를 다 함께 점검하여, 모두가 각 프로젝트의 Daily progress에 align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제공하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각 이슈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논의로 방향을 논의한다. 이런 특별한 미팅을 통해, 다 같이 성과를 축하하고, 머리를 맞대어 이슈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무엇보다 구성원 모두가 제품이 나아가는 합의된 단 하나의 방향을 보며 일 할 수 있게 되었다.
Wake up meeting이 시작된 후 딜라이트룸에도 긍정적인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첫 번째로, 커뮤니케이션이 간결하고 원활해졌다.
매일 아침 모두가 참여하여 의견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히자, 각 팀 간의 벽이 허물어졌다.
각 팀 별 이슈들을 Raise 하는 확실한 창구가 있다는 것은 문제를 수면 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불필요한 갈등이 양산되는 것을 막았다. 또한, 모두가 제품이 나아가는 방향에 집중하게 되자 “제품 중심 조직”이라는 응집력이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더 다양한 실험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성공하는 실험이 늘었으며, 성과의 공유를 통해 사기가 더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이전보다 더 행복하게 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동기부여 측면에서 다른 누구보다 까다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왜 본인이 지금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 업무가 제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명쾌한 이해가 없다면, 스스로 일에 집중할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 “Wake up meeting”은 이런 측면에서 각 팀원들이 지금 왜 이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전보다 더 웃음이 넘치는 밝은 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딜라이트룸은 아직 10명 미만의 작은 조직이다. “Wake up meeting”은 딜라이트룸이 아직 작은 조직이어서 동작하는 문화일 수도 있다. 조직이 더 커진다면,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튜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Wake up meeting' 기저에 있는 “제품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하게 알고 일하자”라는 철학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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