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자리

태초에 하나님이 계획 하신 대로

by 앎삶

회사에서 맡고 있던 세 개의 조직 중 하나가 상위 직속으로 변경되었다.

관리 범위가 줄어들었다.

겉으로는 숫자 하나의 변화였지만, 마음은 생각보다 요동쳤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사람이 참 단순하다.

숫자 하나 줄었을 뿐인데, 괜히 내가 줄어든 것 같다.

조직은 재편된다고 하고, 내 위의 구조도 바뀔 수 있다고 하고,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혼자 먼저 상상부터 한다. ㅎㅎ


같은 날, 새로 온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나를 ‘베테랑’이라고 불렀다.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했고, 리더 경험이 있으니 그렇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냥 기준이었구나.’


나는 연차의 범주가 아니라

조금은 특별하게 기억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마음은 솔직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전체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이달의 칭찬 주인공이 되었다.


난방기가 고장 난 아침,

조금 일찍 출근해 직원들 의자에 핫팩을 붙여 두었던 일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사소하다.

대단한 리더십도 아니고, 거창한 성과도 아니다.


그런데 그날의 나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조직이 줄어든 일도,

재편 이야기도,

은근히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도 다 겹쳐 있었다.


그 상태에서 이름이 불렸다.


순간,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칭찬이 커서가 아니라

그 장면이 나를 다시 보여 주는 것 같아서였다. (물론 칭찬해준 친구에게 너무나 고맙다)


나는 변한 적이 없었다.

직함이 늘 때도, 줄 때도

나는 늘 같은 사람이었다.


비교에 흔들리고,

인정을 바라기도 하고,

그래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려는 사람.


조직 재편은 여전히 신경 쓰인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

은혜를 느꼈다고 해서 현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그날 분명해진 것이 있다.


구조가 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나를 설명한다는 것.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나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하신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게 하셨다.


[태초에 하나님이 계획 하신 대로]


참 별일 아닌 하루였는데,

마음이 놓였다.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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