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미세한 떨림의 감각
거리는 한산했고 10월의 햇살. 적당히 따뜻했던 오후.
“외국에서 결혼 생활 시작하는 거 부모님이 서운해하시지 않아요?”
선배는 조금은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흠.. 결혼을 앞두고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그렇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이 당연히 반대하실 거라고 예상했거든. 그 친구와 우리 집 분위기가 많이 달라. 경제적으로도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결혼하면 한국에 자주 온다고 해도 일 년에 한 번쯤 올 수 있을까? 아무튼 결혼하면 고생할 거라는 것을 뻔히 아셨을 텐데도. 서운할 정도로 흔쾌히 허락해주셨어.”
“ 아. 그래요? 음..”
만약 부모님께서 반대하셨더라면 그 사람과 결혼은 하지 않을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왠지 그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용한 응원이라면 응원이랄까. 자연스럽게 K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렇게 우린 전철역까지 걸어갔다.
손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의 감각. 손의 감각이 낯설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났던 첫 남자 친구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에도, 첫 키스를 했을 때에도 느끼지 못했었던 낯선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 감각을.
그 순간을 어느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역삼역 근처에 다다르자 선배는 걸치고 있던 카디건 주머니에서 작은 편지 봉투를 하나 꺼내서 주었다.
"집에 가서 읽어봐."
"알겠어요. 회사에서 봐!"
가볍게 인사를 하고 2호선 전철에 타자마자 궁금한 마음에 전철에 앉자마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체는 성격인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선배의 글씨체는 종종 생각했었던 것처럼 여전히 단아하고 우아했다. 그러나 어떤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결핍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