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을 잡으려는 내게

너는 나의 닻이 되어

by 버티기

배는 바다에 닻을 내려야만 비로소 떠내려가지 않는다. 평온해 보이는 수면 아래에서도 물결은 끊임없이 배의 옆구리를 친다. 그 일렁임 속에서 배는 조금씩 제 자리를 벗어난다.


거대한 덩치와 무게도 부드러운 물살 앞에서 끝내 버티지 못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바다의 순리다.


나의 사고도 그 물결을 닮았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도 문득 스친 생각 하나에 나는 그 생각의 섬으로 훌쩍 건너간다. 과정은 생략되고 결론만이 남는다. 그래서 내 말은 종종 맥락을 잃는다.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렇다.

흐르는 대로 발을 내딛는 나와 달리,

그는 늘 멈추어 서서 계획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호를 '준비(俊飛)'라 지어주었다.


마음의 기준을 세워 내일을 미리 갖추는(準備) 그의 한결같은 모습이 듬직하긴 했지만, 한자를 살짝 바꾸어 넣었다. 그가 준수한 재능(俊)으로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고, 가끔은 저 넓은 세상으로 높이 날아오르길(飛)를 바라는 소망으로 조용히 덧씌운 이름이다.


같은 소리로 불리지만

다른 뜻을 품은 이름을

그는 아직 모른다.


한때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 답답했고, 나를 새장 안에 넣어 두려는 주인 같기도 했다.


아마 그의 눈에 나는 그냥 두면 길을 벗어나고, 손잡아주지 않으면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불안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늘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고 믿었지만, 실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각자의 방향으로 힘을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다른 방향의 힘은

뜬구름을 잡으려는 나를 붙잡아 두는 닻이 되었고,

그에게는 조금은 가볍게 몸을 띄우는 부력이 되었을지 모른다.


서로 반대편에 서는 일.

그 팽팽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제자리에 머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반대의 힘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비로소 균형이 만들어진다.


닻이 있어 배가 머무르듯,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반대편에서

서로의 삶을 가장 단단하게 붙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