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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숙 Feb 13. 2023

추위 피해 떠난 치앙마이, 나는 흉터를 얻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겨울 보내기 1> 벌치기의 겨울 방학 


52일 간의 남쪽 나라(태국과 라오스)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지 5일 째가 되도록 우리는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여행 전 우리의 일상은 일테면 이러했다.

국궁을 즐겨 하는 남편은 매일 오전에 활터로 가서 활을 내고 나는 강화도 역사에 대한 글을 썼다. 그런데 여행을 하느라 우리의 일상이 잠시 멈췄다. 물론 여행지에서도 근력 운동을 하고 글도 쓸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우리는 돌아오자 말자 한시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꾸 일이 생겼다.

추위 피해 떠난 남쪽 나라
                               

▲  꿀벌은 부지런합니다. 벌치기도 따라서 부지런해집니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자 휴대폰의 비행기 탑승 모드를 해제했다. 그러자 메세지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남편의 가까운 지인 부인이 돌아가셨다는 부음도 있었다. 우리는 미처 쉴 틈도 없이 문상을 다녀왔다. 


근 두 달 동안 비워두었던 집도 여기저기 손 볼 데가 많았다. 지난 겨울의 혹한에 보일러가 얼어 터진 게 가장 큰 문제였고 그 외에도 자질구레하게 살펴야 할 것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우리는 토요일까지 쉴 틈이 없었다.


얼추 일을 다 쳐내고 난 일요일 오전, 비로소 우리 부부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남편은 활터에 가서 활을 내고 왔고 나는 오랫만에 내 방 컴퓨터를 켰다. 



▲ 외국의 호텔 방에서 활 시위 당기는 연습을 합니다. 활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굵은 고무 끈을 당깁니다.



교직에 있었던 남편은 2017년 8월 31일자로 퇴직을 했다. 정년까지는 몇 년 더 남아 있었지만 미련없이 명예 퇴직을 했다. 그때 우리는 취미로 꿀벌을 치고 있었는데 벌을 치기 시작한 지 몇 해 지나자 벌통이 많이 늘어났다. 양봉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남편은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꿀벌이 쉬는 겨울, 벌치기도 쉰다


꿀벌은 봄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히 활동한다. 벌이 왕성하게 움직이면 벌 치는 사람도 더불어 바빠진다. 꿀벌은 날이 추워지면 벌집 안에서 겨울을 난다. 벌이 활동하지 않는 겨울은 벌 치는 사람에게도 휴식의 시간이다. 


퇴직을 한 그해 겨울에 우리 부부는 남쪽 나라로 떠났다. 꿀벌이 쉬는 동안 우리도 쉬었다. 그렇게 남쪽 나라에서 겨울 보내기를 2017년에서  2020년까지 총 3번 했다. 다음 겨울에도 당연히 남쪽 나라에서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어수선해졌고 우리는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2020년 겨울과 2021년 겨울은 강화도 우리 집에서 났다.


세계를 집어삼켰던 코로나도 기세가 꺾였다. 2022년이 저물어 가던 12월 18일에 우리 부부는 배낭을 매고 남쪽 나라로 떠났다. 벌을 깨워야 하는 2월 중순께 까지 태국의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그리고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서 겨울을 나기로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  최저 기온 12도, 최고 30도인 태국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그리고 라오스 루앙프라방은 피한지로 아주 좋습니다.




치앙마이에서 얻은 상처


한국 시간으로 오후 6시에 이륙한 비행기는 태국 시간으로 밤 10시 20분 쯤에 태국의 치앙마이 공항에 착륙했다. 한밤중에 외국의 낯선 도시에 도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이미 이곳에서 살아봤기 때문이었다.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서 한 달 보름 정도 살아봤다. 코로나 전이었던 2019년 12월 중순에서 이듬해인 2020년 1월 하순까지 우리는 그곳에서 지낸 적이 있다. 그러니 치앙마이 쯤이야 훤히 안다고 자부하며 갔다. 


그러나 그곳은 남의 나라였다. 그러니 어찌 모든 일들이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울 수가 있을 것인가. 나는 치앙마이에서 다리를 다쳐 이후 근 한 달 동안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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