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

2017 3 27 서울의 밤

by 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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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불치병에 걸렸다. 작은 진료실은 어딘가 익숙한 모양새였다. 거기 의사와 나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하얀 가운을 어설프게 걸친 의사는 "얼마 안 남았네요"라고 진지하게 말했고 나는 "어쩔 수 없죠 뭐"라고 덤덤히 대답했다. 진료실 창문으로 회색빛 해가 비쳤다. 대사를 잊은 배우처럼 의사는 그다음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삭막한 진료실의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고 목소리를 반음쯤 올려 말했다. "잘 살았어요. 후회는 없어요.” 나는 정말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싱긋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분하지도,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묘한 꿈에서 깨어나자 어쩐지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꿈이라 다행이었지만 꿈이 아니었어도 같은 대답을 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