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나에게 미션이 주어져 찾아가게 된 낯선 지역에서 뜬금없이 빵집을 찾는 나를 동생은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아, 나 오늘 빵 먹어야 되는데."
"언니 오늘따라 왜 이리 빵빵 거려? 빵이 먹고 싶어?"
평소에 빵을 찾아다니며 먹는 사람은 아니었던 지라 동생의 물음도 이해가 갔다.
"어, 나 오늘 빵 먹어야 해. 인증해야 하거든."
동생의 동공이 흔들린다. 빵을 인증하다니. 빵이 무슨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운동처럼 인증이라는 수단이 필요한 것이란 말인가?
"언니가 어떤 빵모임에 들어갔어. 그래서 1일 1빵 하고 인증해야 돼. 나중엔 성심당에서 모임 할 수도 있어."
이게 뭐라고 어깨가 펴지는 것인지. 꽤나 당당하고 의기양양한 태도가 절로 나왔다. 나 혼자 정한 규칙이었다. 1일 1빵 인증은. 빵모임이니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성심당? 언니! 그 모임 뭐야? 어떻게 들어가? 나도 들어갈래!"
원조 빵덕후 우리 동생은 성심당이라는 단어에 벌써 도파민 과잉상태가 되었다.
"음.. 그게.. 슬초브런치라고 들어봤어? 작가 프로젝트인데 언니가 거기 합격했잖아. 거기서 빵 소모임이 생겼어."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보다 성심당에 갈지도 모른다는 빵 소모임에 대한 동생의 존경 어린 눈빛을 받으며, 나의 어깨는 오븐에 들어간 빵처럼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동생이 모르고 있는 진실 하나. 그것은 1일 1빵이 아니라, 1글 1빵이었다. 글 하나를 써야 빵 하나를 먹을 수 있는 이런 브런치 같은 구조. 성심당에 모여 오순도순 튀김소보로를 먹는 줄 예상했건만, 그녀들은 글쓰기에 진심인 슬초브런치였다. 빵을 좋아하는 작가인 것이었다. 일단 쓰세요. 그럼 빵을 줄 테니. 뜨하.
행복한 버터향이 솔솔 풍기는 빵집에 도착했다. 아침을 많이 먹어 배가 불렀던 우리는 우리는 맛있는 빵들을 눈으로만 감상하며, 겨우 감자빵과 소금빵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았다. 쫄깃한 식감의 감자빵은 그 속에 포근한 감자를 한껏 품고 있어 뭉게구름 같이 폭신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표면에 후추를 묻혀 감자에 묻은 흙을 표현, 그 후추 맛은 프렌치프라이와 비슷한 맛을 나게 해 풍미가 좋았다. 이 감자는 어디에서 난 걸까? 감자의 태생은 알 길이 없었지만, 감자빵을 먹다 보니 부모님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께서 5월께 감자를 한 박스씩 보내주시곤 했는데 우리 네 식구가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늘 다 먹지 못하고 싹이 나, 버리기 일쑤였다. 이렇게 감자빵을 만들어서 먹었으면 부모님이 손수 지으신 농산물을 버리는 괴로움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그래도 한 박스는 너무 많아요. 반박스만 주세요.
두 번째 주자. 소금빵. 소금빵이 언제부터 나왔더라. 어느 날 갑자기 베이커리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짜디 짠 소금빵. 모양은 크로와상인데 소금 몇 개 뿌려놓고 소금빵이라고? 미안해요. 나는 빵을 잘 몰라요. 원조 빵덕후 동생이 이 빵이 맛있다는 말을 해줘서 먹기 시작했는데 바삭하고 쫄깃한 맛이 매력이었다.
빵과 커피를 앞에 두고 하나뿐인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고소하고 부드럽고 포근하고 쫄깃한 시간. 어쩌면 이 빵 안에 우리의 인생이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빵은 다 듣고 있겠지 우리의 인생 스토리를. 내일은 어떤 빵에게 내 인생을 들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