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JOBS - EDITOR(2019)> 리뷰
세상에는 특정한 직업을 주제로 다루는 책이 많다. 비록 유튜브의 활성화로 인해 존재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영상 대비 양질의 지식을 품고 있다는 메리트만큼은 여전하기에 학생들은 물론 사회초년생, 그리고 전직을 목표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가뭄에 단비 같은 종류의 책들이지 않나 생각한다.
필자가 그간 경험한 직업을 다루고 있는 책들 대부분은 현직자의 입장에서, 해당 직업을 궁금해하는 입문자들을 위해 쓴 길라잡이 성격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JOBS - EDITOR>는 약간 다른 성향을 띄는 책이다. 당신이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현업에 발을 담그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를 거치지 않았다면 와닿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무려 두 번을 읽어 본 결과 든 생각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던 것은 2019년, 이 책이 갓 출시했던 당시의 일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한겨레출판학교를 다니며 에디터라는 직업의 매력을 조금씩 깨닫고 있었던, 유명 무크지 '매거진 B'를 시작으로 다양한 매거진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던 바로 그 시점.
인터뷰집이라는 특성 덕분에 생각보다 가볍게 후루룩 잘 읽힌 책이라는 인상이 남아있긴 한데, 돌이켜보면 그 내용에 온전히 공감했다기보다 이 책을 읽는다는 사실만으로 에디터라는 직업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아무런 근거 없는 기대감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당시 이 책을 읽고 들었던 느낌이 지식을 얻었다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 혹은 허무함에 더 가까웠던 것 같기 때문에.
내용이 별로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그 당시의 내가 온전히 공감하기엔 너무 어려운 언어로 쓰인 물건이었을 뿐. (때문에 애석하지만 이 책은 그 이후 한동안 책장에 처박혀 있다가 최근에는 맥북 트랙패드의 받침대 신세로 전락하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든 이 책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인상으로 다가왔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내용의 책이라는 인상은 변함이 없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받아들인 내용과 울림에는 과거와 분명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짧긴 해도 3년 차까지 쌓인 기자 경력 덕분인지, 아니면 일을 그만둔 뒤 스스로를 에디터로 정의하고 나서 서서히 자라난 감각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들의 묵직한, 때로는 사소한 생각과 고민들이, 그리고 그들이 걸어온 길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게 된 것 같다는 점에서 '이제야 이 책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됐구나', '내가 그간 조금은 성장하긴 했구나'라는 생각에 약간의 뿌듯함도 느낀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무게감이 비로소 느껴진다. 브루터스(BRUTUS), 뽀빠이(POPEYE) 등 일본 유명 매거진의 산실, '매거진 하우스'의 편집장부터 유명 남성 전문 이커머스 미스터 포터(MR PORTER)의 콘텐츠 디렉터, 국내 유명 무크지 브로드컬리(BROADCALLY)의 편집장까지.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이들의 대단함이, 그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서 느껴지는 흡인력을 달리 만드는 것을 느꼈다. 속물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말은 진리 중의 진리가 아닐지.
생각해 보면 과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필자는 에디터라는 직무 자체가 아닌, 타이틀만을 동경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 에디터로서 어떤 일을 하며,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었고, 당연히 공감 같은 게 될 여지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었을 뿐.
이제야 이 책의 내용이 공감이 되는 걸 보면, 나도 그동안 생각보다 깊게 이 직무에 대해 들여다보며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준비를 어느 정도는 마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 나이에 새로운 직무로 뛰어든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걱정도 되고,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설령 된다 한들 후회도 아예 없진 않을 것이고. 하지만 적어도 열정을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느끼기에, 이 책이 주는 작은 용기에 기대어 되는 대로 나아가보려 한다.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며, 채점은 결국 남이 아닌 내가 하는 것이라 굳게 믿으면서.
아무튼 이 책, 에디터라는 직업에 갓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긴 하다. 그리 친절한 책은 아닌지라, 현업에 어느 정도 발을 담그고 있지 않은 이상 공감은커녕, 알아듣기조차 힘들 수도 있다는 주제넘은 우려에서다(같은 이유에서 다른 <JOBS> 시리즈 역시 비슷한 성격의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당신에게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그러니까 온몸을 깊게 담가보겠다는 감각이 생겼다면 한 번쯤은 읽어봐도 괜찮을 책임은 분명하다. 또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들의 내밀하면서도 소소한 생각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경력을 쌓고 다음 스텝을 생각 중인 시니어 에디터들에게도 의외로 도움이 될 지도.
- 제목: ⟪JOBS 1 - EDITOR⟫ (부제: 에디터: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 저자: 레퍼런스 바이 비 편집부
- 출판사: REFERENCE BY B
- ISBN: 9791160360790
- 발행(출시)일: 2019년 08월 13일
- 쪽수: 272쪽
- 크기: 123*170*26 mm / 358 g
- 가격: 17,100원(교보문고 모바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