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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바다 Jul 17. 2024

요즘 인도 문화: 불편한 남녀 구별 문화

2장 생활 습관

불편한 남녀 구 문화

 인도 문화에서는 남녀의 구이 심하다. 마치 조선시대의 남녀칠세부동석을 보는 듯하다.  생활 곳곳에 배어 있는 이 문화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미혼 남녀의 데이트가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보수적인 사회다. 특히 소도시와 시골이 그렇다. 부모 입장에서 자기의 미혼 딸이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크게 꾸중한다. ‘노는 여자’라고 인식되면 가문의 수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기의 딸을 죽이는 것을 명예 살인이라고 부른다. 이 악습이 아직도 인도에 그리고 많은 무슬림 국가에 존재한다. 연애 상대가 낮은 카스트에 가난뱅이면 집안 식구들이 상대 남자를 폭행, 살해하기도 한다. 대도시의 청년들은 소도시와 시골보다 더 많은 연애의 자유를 누린다. 자기 동네만 벗어나면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도시와 시골 청년들은 몰래 데이트하려고 자기 동네에서 먼 쇼핑몰이나 영화관이나 공원이나 대학교에 간다. 인도나 스리랑카의 대학교 안의 작은 나무 아래에 앉아 나뭇가지와 잎에 몸을 약간 숨긴 채 서로 손을 잡거나 상대방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젊은 커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양한 색깔의 우산으로 가린 모습도 흔하다. 필자가 그런 모습을 처음 봤을 때 크게 웃을 뻔했다. 그라나 개방적이지 않는 사회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랑의 요구를 표출하는 젊은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필자는 인도의 대도시, 소도시, 시골에 살아봤다. 고교생과 청년들과 교제하면서 데이트에 관해 발견한 공통점은 자기 동네에서는 티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연락하다가 먼 곳에서 만난다. 외국인들이 단체로 인도 여행을 할 때 남녀 여럿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은 괜찮다. 외국인 여행객들이라고 인식된다. 다만, 관광지이외의 주택 단지에서 인도식 기혼표시를 하지 않은 채 젊은 남녀 단 둘이 걷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괜히 오해 받을 수 있다.


 둘째, 길거리에서 다른 성의 미혼이나 기혼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잘 알고 있는 상대여도 집 밖에서는 인사도, 대화도 하지 않는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인사만 하면서 스쳐간다. 인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실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남녀 구분이다. 평소 알고 있는 다른 성의 미혼이나 기혼을 동네의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말을 건다. 심지어 짜이 마시러 자기 집으로 오라고 초대하기도 하고 상대가 초대하면 따라가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동네에서는 그러한 행동을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시 외국인 여자는 아무 남자하고나 싸 돌아다녀.”라는 소문이 난다. 필자도 인도 정착 초기에 이 문화를 잘 몰라 실수하곤 했다. 동네 길거리에서 평소 알고 있던 미혼이나 기혼 여자들에게 안부를 묻곤 했다. 한 번은 가끔 방문하곤 했던 무슬림 가정의 두 자매에게 인사를 했더니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서둘러 지나가버렸다.


 셋째, 가족이외에는 미소짓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집에 오는 손님이든 가게에 오는 손님이든 구별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가족과 친척이외에는 웃지 않는다. 특히 여성들은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교육을 받는다. 잘 모르는 남자에게는 미소도, 말도 걸지 않도록 말이다. 가족과 친척이외의 남자에게 미소를 지으면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여자들은 자기의 나라에서 하던 대로 인도의 모든 남자들에게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인도 남자들은 착각하고 자주 찾아와서 데이트 신청을 하고 청혼을 한다. 동네에 ‘노는 외국인 여자’라는 소문이 퍼진다.


 넷째, 교통 수단 안에서 남녀가 같이 앉지 않는다.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버스 좌석에 남자가 앉아 있다면 할머니를 제외하고 보통의 여자들은 앉지 않는다. 반대로, 좌석에 여자가 앉아 있다면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남자들은 피한다. 인도의 지하철에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여성 전용 객차가 있다. 가족이나 연인이 그곳에 함께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여자가 여자 전용칸을 포기하고 일반칸에서 가족과 연인과 함께 앉거나 서 있을 수 있다.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오토릭샤 뒷자석에서도 남녀 구분이 있다. 승객이 남자와 여자라면 공간을 약간 띄고 앉는다. 그런데 도중에 남자 승객이 한 명 더 탄다면 어떻게 할까. 여자가 내린 후 새로운 승객이 이미 앉아 있는 남자 승객과 붙어 앉으면 여자 승객이 다시 탄다. 이 경우에 할 수 없이 남자와 여자가 붙어서 앉는다. 하지만 여자가 두 남자 사이에 앉는 법은 없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외국인 밖에 없다. 이런 외국인의 행동에 인도인들은 깜짝 놀란다.


 다섯째, 종교 모임 때 남녀가 따로 앉는다. 힌두 예배 때 남자들이 오른쪽에 앉으면 여자들은 왼쪽에 앉는다. 모스크에는 여자가 들어갈 수 없다. 기독교는 서양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교회 안에서 자유롭게 앉는다. 힌두나 무슬림은 기독교인의 이런 ‘근본 없는’ 모습을 좋지 않게 여긴다.  


 외국인으로서 인도에 살아보남녀 구 문화가 매우 불편하다. 본국에서 자유롭게 살다와서 하루 아침에 적응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인의 마음을 사고 인도인의 친구가 되고자 한다면 이 문화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도에서의 삶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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