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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Jun 20. 2019

재활전문병원 작업치료사의 생각주머니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질환, 척수염에 대해 아시나요?

척수손상환자를 치료하면서


척수염으로 발병 3개월 된 20대 (띠)동갑 클라이언트를 3주째 치료하고 있다.
차트에 T7-8 level ASIA-A 진단이었는데 만나보니 A가 아니었다. 신경통도 심한데다 말수도 없어 뭘 물어보면 딱 단답형으로 얘기하고 만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본인 진단에 대해 아느냐 물어보니 모른단다. 정말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 하는 걸까를 속으로 생각하며 대화를 계속 해보니 정말 모르고 있다. 제대로 설명해준 의사 치료사가 없었단다. 그래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줬다.자기의 병과 상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막연하고 두루뭉실 한 재활이 될 수밖에 없기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첫 상담 때 들어보니 지난 병원에서부터 병원 밖을 개인적인 일로 나가본적이 없었단다. 그래서 치료 목표 중 하나는 주1회 치료실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잡았다. 물론 일방적으로 잡은 건 아니다. 본인도 속으로는 나가고는 싶은데 낯선 동네, 엄마나 할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 휠체어를 탄 자신의 모습 등 걸리는게 많았던거였다.


어쨌든 오늘 마스크에 외투까지 챙겨입고 두번째 외출을 미세먼지를 뚫고 강행했다. 지난번엔 내가 샀기에 오늘은 이 친구가 사기로 하고 갔는데 오늘 간 카페는 삼성페이가 안된단다. 결국 오늘도 내가 샀다. 낚인건가^^;


오늘 카페에서 치료시간에 대화 소재가 되었던 7년전 사고로 척수손상 중증장애인이 된 이원준씨 세바시 강연 영상을 함께 봤다. 다 보고니니 표정이 딱 “잘 봤어요~ 그래서 뭐요?” 였다. 그래서 나도 “그냥 보여준건데 왜~” 했다.


비장애인인 치료사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의 한계점을 대화의 어느 지점에서는 직감적으로 느낀다.
가족들은 치료 중에 툭 물어본다.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잘 걸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나는 가족이 듣고 싶은 이야기와 명확하게 해줘야 할 이야기를 적당히 버무려서 내놓는다.


딸이 재활을 잘 해내기 원한다면 첫째, 다른 환자랑 절대 비교하지 말 것 둘째, 조교가 되지 말 것을 부드럽지만 강하게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통쾌하다는 듯 옅은 미소를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치료사의 치료적 신뢰관계를 만들어진다. 


앞으로 2개월 뒤에 이 띠동갑 친구와 가족은 어떤 변화와 마주하게 될까?


남게 되는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작업(자신이 살아 있고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끼에 해주는)을 통해 자신만의 삶 시즌2를 “살아가 볼만 하다” 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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