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구르님'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내가 근무했던 재활병원 '청소년치료팀'에서 치료를 받은 친구인데 유튜브를 한다더라.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공부도 잘해서 서울대에 들어갔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작업치료사들이 모이는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와 작업치료사들을 연결하는 강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두의 재활이야기로 유명한 연두님을 시작으로 뇌성마비 청년 승기씨로 이어졌다. 이런 계기로 구르님에 대한 관심도 더 갖게 되어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출판한 '오늘도 구르는 중' 책 기대평 이벤트가 있어 참여했고 자필 서명이 된 책을 받을 수 있었다.
1. 아이들에게 추천할 책
받은 날 잠들기 저네 후루룩 읽었는데 첫 느낌은 '너무 쉽고 친숙하게 장애를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 딸내미한테도 읽어주고 둘째와 첫째한테까지 추천했다. 글이 많지 않고 알록달록한 책 구성이 아이들이 편하게 읽기에 딱이었다.
학교든 어린이 집이든 '통합'이 시대적 화두이긴 하다. 아이들도 장애를 가진 친구를 예전보다는 접하고 있기는 한데 장애의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머리로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장애를 이해하 함께 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구르님의 책이 딱이다.
2. 골라 뽑은 문장들
누구는 키가 크고 누구는 키가 작고, 누구는 곱슬머리고 누구는 주근깨가 있고 누구는 안경을 쓰고 누구는 보청기를 끼지.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봐. 100명의 아이가 있다면 100개의 세상이 있는 것이지.
장애를 개인의 하나의 특성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하게 꼽는 문장이다. 뇌성마비 휠체어를 타야 하는 것도 구르님도 하나의 특성에 불과하다. 구르님의 장애를 이해했다고 모든 장애를 이해한 건 아니다. 사람이 다양하듯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갈 마음과 태도가 '통합'의 정신의 기초다.
응, 나 장애인 맞아! 넌 누군데?
나는 이제 이런 장난에는 속상해하지 않기로 했어. 남들과 다르다는 게 놀림거리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거든. 설령 누군가 나를 놀린다고 해도, 그건 절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우리는 모두 다른 것뿐이고,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절대 아니니까. 오히려 한 가지 색만 있는 그림은 재미없는 것처럼, 모두 다르다는 건 알록달록 다채로운 그림을 그리는 일 같은 거 아닐까?
'장애인'이라고 습관처럼 놀리던 친구의 표현에 어쩜 이리 당당할 수 있을까? 아마도 부모님이 보여준 모습과 태도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자녀에게 전달하는 부모의 반응과 태도가 아이 자신의 자아상을 만든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자아상을 그려주고 있는가 생각해 보며 반성해 보았다.
"대피 훈련 때 데리고 나가지 못해 미안해."
"너무 당연하게 너를 남겨 둬서 미안해. 선생님도 열심히 공부해 볼게."
학교에서 실시한 재난대피훈련 때 대피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교실에 혼자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부분에 선생님이 구르님한테 한 이야기다. 나는 선생님이든 누구든 장애에 대해서 잘 몰라서 무심코 한 행동을 잘못했다고 하면 안 된다는 부분과 동시에 모르기 때문에 배워서 적절한 반응과 태도를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는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계속 모르기로 하고 잘못을 반복해서 상처를 주는 건 죄다. 정말 그렇다.
'휠체어를 탄 내 친구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고민해 봐....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낯선 것을 눈치채는 순간부터 세상을 바뀌기 시작하거든. 말 습관 하나 바꾸는 것부터, 수업의 방식을 건의해 보는 것, 심지어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것 하나도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될 수 있어.
동의가 된다. 작은 고민과 질문 그리고 작은 행동이 함께 살아갈 좋은 세상을 만든다. 그게 타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곧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곱씹어 볼 문장이다.
3. 구루님의 현재 이야기도 궁금하다
이 책은 11살이었던 구르님의 에피소드를 한 치구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콘셉트로 쓰였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메시지가 명확하고 따듯했다. 서두에서 말했든 작업공방이라는 교육 플랫폼 운영자로서 구르님의 이야기를 청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구르님의 삶의 이야기가 뇌성마비 친구들을 치료하는 작업치료사들에게 치료실 밖에서 5년 뒤 10년 뒤 살아갈 큰 그림을 그리게 해주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가지고 강연 요청을 해봐야겠다.
작업치료사교육플랫폼 작업공방.com
달려라 구르님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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