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암을 죽이고 살자) 박찬우 매니저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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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찬우 매니저와 저는 같이 학교를 다닌 적은 없지만, 누구보다 깊은 마음을 나눈 선후배 사이입니다. 그를 처음 마주한 건 제가 서울 집담회(임상작업기반연구회) 교육을 기획하던 때였습니다. 공개강의가 열릴 때마다 울산에서 주말을 반납하고 매번 올라오던 청년, 제 기억 속의 박찬우 선생님은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작업치료사였습니다.


그는 연차가 높지 않았음에도 병원에서의 치료를 '작업 중심'으로 바꾸어 냈고, 그 변화의 성과를 집담회에서 당당히 발표하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울산 지역의 열정적인 작업치료사들을 한데 모이게 했지요. 그가 보여준 실천력은 주변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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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공방 유튜브 팀 미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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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연이 깊어진 건 2021년 8월 1일이었습니다. 찬우 매니저는 결혼 직전 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위해 직장을 내려놓은 상태였고, 저는 작업공방 2년 차를 맞아 든든한 조력자가 절실하던 시기였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는 제게 선물 같은 존재였습니다. 카카오 플러스 친구 응대부터 유튜브 영상 제작, 블로그 운영까지... 찬우 매니저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못 했을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는 틈만 나면 "작업치료사로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를 대단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준 건 바로 그였습니다. 15년 넘게 몸담은 병원을 퇴사할 때 두려움이 앞섰던 제게, "병원에 있는 선배보다 작업공방을 운영하는 선배가 더 잠재력 있다"고 건네준 격려의 말은 지금의 저를 만든 가장 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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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 매니저와의 추억을 떠올리자면 끝이 없습니다. 아내보다 더 많이 작업공방의 미래를 이야기했으니까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울산에서 함께 보낸 2박 3일입니다. 역으로 마중 나온 그를 따라 그의 집에서 머물고, 함께 걷던 산책로, 새벽 수영 후 먹던 국밥, 멋진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던 간절곶의 풍경들... 그리고 그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의 글까지. 그 일상의 조각들이 여전히 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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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살면서도 정작 그 실존을 체감하지 못하곤 합니다. 하지만 찬우 매니저는 몸속의 암세포와 투쟁하며 늘 죽음을 실감하며 살았습니다. 때로는 두려웠겠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작업적 존재'로서의 삶을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남긴 삶의 태도는 제 인생에 두고 간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우 샘이 하늘로 떠난 지 이제 곧 한 달이 됩니다. 그를 보내며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그가 떠난 지 1년이 되는 첫 기일에, 그를 기억하며 청년 암 환자를 위한 기부를 하려 합니다. 1년 동안 2,000km를 달리고, 1km당 1,000원씩 마음을 모으겠습니다. 단순히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작업치료사가 좋아하는 '의미'를 담아 한 걸음씩 내딛겠습니다. 이것 또한 찬우 매니저가 제게 남겨준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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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맺으며, '암살자(암을 죽이고 살자)' 박찬우 매니저의 삶을 깊이 기억합니다.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정말 고마웠고, 정말 좋아했으며, 존경했던 동생이자 후배인 박찬우를 죽을 때까지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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