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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5. 2023
프롤로그 /
지금 학교는 안녕한가요?
-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학교를 꿈꾸다 -
요즘 학교는 갈등과 혼돈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서울 서이초 새내기 교사의 자살 사건으로 학교 현장은 그동안 잠재되어 왔던 갈등과 반목의 생채기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민원과 갑질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교단을 지켜왔던 많은 이들이 분연히 일어나서 교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호소에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내용들로 여전히 혼란스럽다.
33년을 초등 교원으로 근무하면서 선배 교사의 업무 떠넘기기와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와 갑질은 마음의 깊은 상처로 남았다. 열심히 하면 잘난 척한다 하고, 주말이나 휴일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관리자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 났냐고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훗날 관리자가 되고 나니 수많은 민원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민원은 학교 구성원에서부터 학부모, 지역사회 가리지 않았다. 민원에는 근무시간이나 퇴근 이후 시간이나 가리지 않았다. 어떨 때는 새벽에도 문자 폭탄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정년을 6년여 가까이나 남기고 교직을 떠났다. 더 이상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끝없이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없기에 그 끝에 다다른 자의 살아남기는 아쉬움으로 가득 남아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는 맘카페에 주눅 든 선생님, 학부모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버린 학급 단톡방, 교원(직) 단체 간의 갈등으로 멍드는 조직 문화, 국민신문고(국민청원) 답변 준비로 바쁜 학교, 학교폭력으로 멍드는 교실, 설문 조사하다 아무것도 못하는 교육 활동, 고소와 고발로 무너 저버린 교권, 눈감고 귀닫아 버린 학교 관리자들, 현장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 않는 교육지원청과 시도 교육청, 선생님들도 잘 모르는 국가 교육과정이 쳇바퀴처럼 뒤엉켜 돌아가고 있다.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 밖을 떠도는 학생들은 매년 늘어가고 있다. 디지털 문화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교육의 틀 안에 학생들은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국가 교육과정은 시대 흐름에 대응한다고 수시로 개정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무엇이 개정되었는지, 그것들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 주도성이라는 담론을 펼치기에는 늘 역부족인 상황들을 직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