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스며들다
스펀지는
닿는 순간에야
변하기 시작한다.
가만히 놓여 있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닿는 순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
나 역시 돌아보면,
누군가에게,
혹은 어떤 환경을 지나온 이후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
어떤 말을 듣고 난 뒤였거나,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날,
혹은 별것 아닌 장면 하나였을 때도 있었다.
그 순간들은
대단한 변화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지나가는 하루처럼
흘러갔다.
—
처음에는 아주 작은 변화였다.
그래서 더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작은 것들이 쌓여
나는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
그런데
한 번 스며들기 시작하면,
그 변화는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스펀지가
물을 머금기 시작하면
쉽게 멈추지 않듯이.
변화는 작게 시작되지만,
한 번 스며들기 시작하면
쉽게 멈추지 않는다.
—
돌아보면
그 변화들은
지나온 순간들이
조용히 스며든 결과에 가까웠다.
의식하지 않아도
그 순간들은
어느새 내 안에 남아 있었고,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
—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떤 날에는
달라지고 싶어서
새로운 선택을 하기도 했고,
익숙한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보려고
애써보기도 했다.
그 선택들이
항상 잘 맞았던 건 아니었지만,
그 과정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
—
스며든 것들 위에
조금씩 나를 더하며
변해왔던 것 같다.
—
나는 계속적으로
무언가를 지나며 살아가겠지만,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나를 가까이 두어보려고 한다.
내가 오래 두고 싶은 것들,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들,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 되는 것들.
—
그리고 그 위에
조금 더 나다운 선택을
더해가려고 한다.
—
그렇게
나는 계속
스며들고,
조금씩
달라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