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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정 Mar 27. 2019

마이크맨과 마스크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마이크맨과 마스크맨은 어릴 때 한동네에서 산 친구사이이다. 항상 떠들어야 하는 마이크맨과 침묵해야 하는 마스크맨은 자랄 때부터 싸움이 잦았다.

어느 날 마스크맨에게 억울한 일이 생겼다. 이것에 대해 침묵만 하고 있는 마스크맨을 보고 마이크맨은 마스크맨의 억울한 일에 대해 온 동네에 떠들고 다녔다.


“너는 왜 그렇게 내 일을 시끄럽게 떠들어 대냐. 하루 종일 그렇게 나에 대해 얘기하고 다닌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냐. 오히려 일을 더 키우는 일이고 나는 더 상처 받아. 이제 그만 얘기해.”


마이크맨은 마이크의 볼륨을 더 올리며 큰 소리로 얘기했다.


“야 마스크맨. 너는 그런 일을 당했으면 그 갑갑한 마스크 좀 벗고 나를 도와서 억울한 일에 대해 같이 얘기해야지 언제까지 침묵할 거냐.”


마스크맨은 끝끝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고 침묵하며 속 쓰림을 앓다가 결국 병을 얻는다. 위암이었다.


마이크맨은 소식을 듣고 더더욱 마스크맨을 위해 열심히 말하고 다녔다. 충전시키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볼륨을 높여 마스크맨을 위해 떠들어 댔다. 비가 오는 날 볼륨을 심하게 키우고 떠들다가 감전이 될 뻔하기도 하고 소음이 심하다고 이웃에게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맨은 마스크맨을 위해 떠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무척 심한 어느 날 마이크맨은 극심한 후두 통증으로 병원에 갔다가 후두암 진단을 받는다.

마이크맨과 마스크맨은 병원에 나란히 입원한다.



마이크맨은 쉬어서 갈라져 버린 목소리로 위암에 걸린 마스크맨에게 말했다.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어. 억울한 일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누명을 벗었어야지. 너의 오랜 침묵이 결국 병이 된 거야.”


마스크맨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말했다.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어. 그렇게 떠들어 봤자 해결되는 건 없고 결국 너는 병에 걸렸잖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냐."


마이크맨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끄고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마이크맨이 마스크맨의 일을 끊임없이 떠들고 다는 덕분에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문제의 사건으로 쟁점화되고 경찰이 철저한 수사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사건 관련자들을 밝혀 험담하거나 비난하지 않아 제2의 피해자를 보호했던 마스크맨의 대처 능력을 높이 샀다.


재판이 있는 날 마스크맨은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졌고 마스크를 벗고 사건에 대해 법정 진술을 했다. 그는 위암으로 수척해진 관계로 목소리를 좀 더 또렷이 내기 위해 마이크맨에게 마이크를 빌렸다. 그리고 그가 착용하던 마스크를 기침을 심하게 하는 마이크맨에게 씌워주었다.


"......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계속적으로 이야기해주고 나를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한 마이크맨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마이크맨은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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