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한 페이지] 읽고, 쓰고, 사색하는 서가일상
마음을 내어 걷는다. 어제처럼 오늘도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은 뿌옇고, 노랗고, 불투명해 시야가 좋지 않다.
밤에 자다 침 삼키면 따끔거리는 목. 일부러 따뜻한 물을 챙겨 마시려 노력하고 분홍색 마스크도 챙긴다. 봄 햇살에 눈 보호하려 선글라스 까지 챙기면 비로소 외출 준비가 끝난다.
이곳 '섬'에는 시장이 없다. 크고 작은 마트뿐이다. 동그랗게 손으로 모양 잡아 기름에 튀겨 바삭한 호떡, 바구니에 한 움큼씩 쌓아 놓고 파는 야채와 과일, 한 집 걸러 한 집 시식대가 줄지어 선 먹거리 장터가 없다.
상인들이 팀을 짜 근처 아파트 단지에 1주일에 한 번 오는 게 전부로 목요일마다 온다 해서 '목요장터'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세 블록 떨어진 곳으로 주로 차로 이동해야 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걸 마트에서 사다 보니 잘 안 가게 된다.
귀에 이어폰 꽂고 왼손에 핸드폰 들고, 검은색 백팩까지 메고 장에 갈 채비를 했다. 마음 내어 굳이 걸어서 장터까지 다녀오려는 건 오른 기온에 느껴지는 봄 때문이었다.
플레이 리스트에서 '봄' 관련 음악을 세팅 후 집을 나선다. 찬 섬 바람맞으며 섬과 관련된 것들을 생각한다.
섬의 겨울은 유독 길다고. 4월까지 춥다고.
나는 습하고 춥다 말하고, 남편은 상쾌하고 시원하다 한다고.
공원 벤치 사이에 의자를 서로 연결되어 보이는 의자들. 서 있는 이 없이 다 앉아 쉬다 가라는 누군가 내어준 마음 같다.
사람 반기는 장터 입구 봄 꽃에 마음 뺏겨 이 꽃 저 꽃 한 참 들여다봤다. 욕심부리지 말고 딱 하나만. 가족에게 봄 선물할 작은 화분 하나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준다는 건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일이다.
살며 '일부러, 굳이' 해야 하는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