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한 페이지] 읽고, 쓰고, 사색하는 서가일상
굳이, 기다리는 계절은 '봄'이다.
황사 바람에 뿌연 하늘을 더 구경하는 계절이지만 간절히 기다린다.
황량한 자연이 몸의 에너지까지 소진시켜 만사 귀찮고, 뼈 시리도록 매서운 섬 바람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어떤 이는 봄이면 살랑살랑 원피스 입고 꽃구경 가고 싶다는데, 나는 꽃무늬 원피스보다 애타게 기다리는 녀석이 있다.
단발머리 휙휙 날리며 좋아하는 빠른 비트 음악 크게 틀어놓고 쌩쌩 바람 가르며 전진하면 자유인이 된 것 같은 속이 뻥 뚫리는 자전거 탈 날을 기다린다.
두 발로 굴리는 자유.
프리덤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날이 풀리길 오매불망 기다린다. 기온 좀 올랐다고 선뜻 자전거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섬에서는 기온과 바람 두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니 그놈 얼굴 한번 보기가 어떤 날은 하늘의 별 따기다.
(자전거 한 번 타기 힘든 섬 생활)
쉽게 오지 않는 기회가 화이트데이인 오늘 왔다. 기회를 놓칠세라 얼른 아파트 단지 자전거 보관소로 갔다. 겨우내 묵은 먼지가 가득한 곳을 물티슈로 박박 닦아낸 후 드디어 안장에 올랐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쉬~ 소리와 함께 앞, 뒤 타이어 두 짝이 푹 꺼지는 게 아닌가.
겨우내 먼지만 쌓였던 게 아닌 모양이다. 소금기 스민 바닷바람에 고무도 이겨내지 못했나 보다.
어렵게 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수리점에 들러 정비를 받았다. 봄 햇볕에 잡티 올라올 것도 신경 안 쓸 만큼 오래 탔다. 오래 기다린 만큼 오래 안장 위에 머물며 바다 구경 실컷 했다.
애타게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는 건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봄, 자전거, 벚꽃, 봄바람, 새소리, 저녁노을, 아이들 웃음소리, 빼곡한 손글씨,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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