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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 Apr 06. 2022

내가 물건을 버리는 이유


요즘에도 비움이 한창이다. 비움에도 주기가 있는 건지 한창 거침없이 비우다가도 한동안 뜸하다. 물건 1000개를 비우려고 미니멀게임을 하고 있다. 날짜 수만큼 물건을 비우는 게임인데 그냥 내 맘대로 일정 기준 없이 비우고 기록하고 있다. 계속해서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찾는다. 내가 계속 물건을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깔끔해진 공간을 위해서 버린다

 

미니멀라이프의 시작은 비움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내 주변에 쌓인 과잉의 물건들을 보고 나도 미니멀라이프를 결심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렸더니 주변이 깔끔해졌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직접 실천해 보면 성취감이 대단하다. 깔끔해진 공간은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어질러진 공간을 대할 때보다 훨씬 마음가짐이 가볍다. 또 뒤죽박죽 된 공간을 만들기 싫어 계속 깔끔한 공간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효율성을 위해서 버린다

 

쓰지 않는 물건과 쓸 물건을 분류하여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누린다. 먼저 내가 가진 물건들을 끄집어내어 사용 여부를 알아본다. 분명 내가 매일같이 쓰는 물건들이 있고 그것들은 더욱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소유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물건들이 있다. 그 물건들은 몇 년째 집안 구석에서 방치되어 온 것들이다. 이런 물건은 비움의 대상이 된다. 쓸모를 다 한 물건은 제대로 재활용해서 버린다. 상태가 괜찮은데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나눔 하거나 중고거래를 한다. 이로써 그 물건은 쓰임을 다 하거나 새로운 쓰임을 위해 어디론가로 갈 것이다. 물건을 방치하지 않고 그 물건의 알맞은 쓰임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이기 때문에 버린다

 

물건을 버리면 헤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건을 더 아끼게 된다. 잘못 산 물건에 대한 한탄도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끔 반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건을 비울 때마다 수고스러움에 후회하곤 한다. 그래서 새 물건을 들일 때 신중을 기하게 된다. 앞으로도 절대 과소비를 할 생각이 없다. 하나쯤 나에게 주는 선물로 기분에 따라 물건을 고르는 일도 하지 않기로 한다. 물건 가짓수를 줄이니 부담스러운 마음도 사라졌다. 사용하지도 않는 가득 차 있는 물건을 언젠가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사용기한이 다가오는데 손이 잘 안 가는 물건들은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막 쓰게 된다. 모셔 놓기만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말 비경제적인 행동이다. 가격의 높낮이를 떠나서 신중하게 물건을 산다. 그리고 그 물건을 아껴서 오래도록 끝까지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인 생활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이다

 

물건에 속박되어 있는 삶을 거부한다. 이 집에서 내가 주인인지 물건이 주인인지 모르게 살고 싶지 않다. 물건을 비우면 나에게 좀 더 넓은 공간이 주어진다. 옷과 화장품을 비우면 외출 준비를 하던 많은 시간이 절약된다. 식재료를 간단하게 비우면 요리할 때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사진과 책들을 버리고 과거의 나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되었다.








말할 수 없는 가벼움

 

우리는 가득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저것들 언제 치우지… 몇 년을 갑갑함을 느끼면서도 선뜻 비우지 못했다. 물건을 비운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다. 물건이 가득하니 불편했다. 문을 열 때마다 끝까지 열리지 않고 물건들에 걸리기까지 한다. 여기저기 불안정하게 쌓인 물건 속에서는 필요한 물건 찾기가 매우 어렵다. 미관상 보기도 너무 싫다. 이런 공간은 갈수록 출입하기 싫어진다. 베란다 비상구 쪽이나 세탁실 구석 등 어느 구석의 공간은 창고처럼 물건이 쌓인다. 눈앞에 보기 싫고 가리고 싶은 물건들이 집안 구석으로 몰린다. 보기 싫은 물건은 비우면 될 텐데 이고 지고 살았다.


그러다가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다. 물건을 집안에 쌓아 두지 않고 비우기 시작한 것이다. 쓸 만한 물건들은 10박스도 넘게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재활용품장으로 하루에도 5~6번 물건을 실어 날랐다. 무지막지하게 집 밖으로 물건들을 내보냈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벼워서 날아갈 지경이었다. 깨끗해진 공간을 바라보니 속이 시원했다. 







왜 이제껏 물건을 쌓아 두고 살면서 공간을 죽이고 살았을까


후회되고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후련함이 더 강했다. 그때의 기분은 지금도 여전하다. 집안에 가지고 있는 물건의 개수는 나날이 줄어든다. 무작정 비우지 않는다. 속도는 늦추고 신중함을 더했다.


나는 신중하지만 가볍게 살게 되었다. 각 쓰임에 맞는 물건을 적게 소유하고 시간과 돈,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었다. 물건을 정리하고 말할 수 없는 가벼움을 느끼면 그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어 진다.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다시 물건들로 내 삶을 짓누르고 싶지 않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계속 물건을 비운다. 심플한 생활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이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면 온전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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