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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 Mar 05. 2022

내가 모르는 물건은 없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예전에 미니멀리즘을 알기 전에는 아주 많은 물건을 소유하면서 살았다. 같은 용도로 쓰이는 물건의 개수도 많았다. 예뻐서 사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거 사고, 있는 줄 모르고 샀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나는 집안 곳곳을 살피게 되었다. 무심코 쌓여 있던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았다. 있는 줄도 몰랐던 물건을 찾았을 때 그 당황스러움이란……. 정리를 하다가 보면 ‘이런 물건이 있었지!’ 하고 놀랄 때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조차도 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소중한 공간에 쓸모없는 것들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불편했다. 집 안에 있는 것들을 잘 알고 싶었다.


처음 정리를 다짐했다면 오히려 신나게 물건을 비우게 될지도 모른다. 물건보다는 내가 주인인 집에서 살기 위해 쓸모없는 물건들을 가지치기해 나갔다. 대형 봉투와 박스째 많은 물건들을 비웠다. 우리 집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던 쓰레기들이 많았다.


이제는 어떤 물건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만큼 가짓수를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물건의 쓰임에 따라 올바른 자리에 수납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물건을 바른 자리에 두고 사용한다. 다 사용한 물건도 제자리에 둔다. 그러면 물건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쉽다.


나는 여러 차례 비움을 진행했기 때문에 갑자기 많은 물건을 비울 일은 없다. 이미 대대적인 정리를 수차례 했다. 이제는 집안의 각 장소마다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찬장, 서랍 등 정리할 장소를 정하고 물건을 다 끄집어낸다. 비울 것을 비우면서 재고를 파악한다. 물건의 자리가 제자리가 아닌 경우에는 알맞은 장소로 옮긴다.









물건의 자리


나는 어려서부터 언니의 물건을 곧잘 찾아주곤 했다. 머리핀같이 작은 것들까지 거의 다 찾아내서 의기양양 돌아왔다. 방법은 간단했던 것 같다. 원래 물건이 있었던 자리에 가 보거나 언니의 동선을 따라가 보면 된다.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집안을 어지럽히는 가족들과 항상 대립한다. 주로 내가 가족들에게 부탁했다가 짜증을 냈다가 하는 식이다. 가장 자주 일어나는 트러블은 아마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용하고 다시 원래 자리에 두는 것이 잘되지 않는다.


나는 물건의 자리를 정해두는 편이다. 물건이 있었던 자리가 바로 그곳이다. 자신이 정리를 했던 물건이라면 물건이 놓인 자리를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생각해 보니 물건을 정리한 것도 ‘나’이기 때문에 나에게 유리하다. 그래서 ‘남’이 물건을 원래 자리에 두는 것이 어색한 것일까. 그렇다면 물건 정리도 좀 부탁하고 싶다. 직접 물건의 자리를 정해서 보관하면 나중에 찾는 것이 더 쉽다. 물건을 사용하고 다시 그 자리에 둔다면 나중에 물건을 찾으려고 헤매는 일은 없다.


물건이 뒤죽박죽 너무 많아도 물건을 찾기는 어렵다. 서랍을 열었는데 잡동사니들로 가득하다면 또 한참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 기본적인 물건의 개수가 적어야 물건을 찾기가 쉽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라면 그 자리를 정하는 것이 쉽다. 눈에 잘 띄고 접근성이 좋은 자리에 두면 그만이다. 사실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만으로 채워진 집에서 산다면 정말 편리할 것이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만 곁에 두고 사용했다가 제자리에 두었다가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남편을 위해 식탁 옆에 작은 수납함을 두었다. 거기에 매일 들고 다니는 지갑, 차키, 이름표, 이어폰을 두도록 했다. 아침마다 찾아 나서지 않고 제자리에서 찾아가니 편리하다.


나는 책상의 첫 번째 서랍이 그 일을 대신한다. 지갑, 차 키, otp, 안경 통, 눈약, 바세린 등등. 항상 같은 자리에서 꺼내 쓰고 다시 제자리에 넣는다.


만약 이 물건들을 식탁이나 책상 위로 올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엉망이 된다. 사용하고 다시 두지 않으면 다른 물건과 섞이고 어지럽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건이 항상 자기 자리에 놓여 있었으면 한다.


입었던 옷도 빨랫감과 분류해서 다시 옷걸이에 걸면 그뿐이다. 옷도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쌓여서 옷 무덤을 만든다. 의자에 걸쳐 두던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면 옷은 계속 쌓인다. 바닥에 함부로 벗어 두거나 의자에 걸쳐 둔 옷들은 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특별날 것이 없다. 그냥 물건이 있었던 자리에 다시 원상 복귀시켜 놓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생활이 편리하다. 계속 사용할 물건이기 때문에 다시 찾아 사용하기 좋다. 계속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비우면 된다. 제자리에서 물건의 쓰임을 다하는 물건들이 기특하다. 물건들은 사용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다음의 쓰임을 기다린다. 사용할 물건만 남겨 제자리에 두는 것이 물건 정리의 기본인 것 같다.








내가 아는 집


그렇게 수시로 우리 집에 무슨 물건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한다. 물건을 무작정 버리기 위해서 기웃거리는 것이 아니라 남길 물건을 찾는다. 집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살펴보면 내 취향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너무 많이 소유하는 부분에 대해 반성도 한다.


우리 집엔 가격 할인 행사 때 샀던 세탁세제가 많다. 값이 싸다며 행사 물건을 많이 사지 않기로 했으면서 그게 잘 안 되는 물건들이 가끔 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 세탁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가득 찬 찬장을 보니 갑갑하다. 세제는 당분간 살 필요 없다고 다짐한다. 정리를 하다 보면 사야 할 것과 아직 재고가 많은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면 재고 파악이 되면서 소비도 줄어든다.


가족 중 누군가 물건의 위치를 찾을 때 몇 초 만에 답이 나온다. 물건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면 알 수 없다. 구석에 숨겨둔 물건이 있다면 자신의 쓰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방시켜 준다. 우리 집에는 내가 아는 물건만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모르는 집에 살고 싶지 않다.


물건은 최대한 사용하기 편리한 곳에 두었다. 공간을 막거나 함부로 뭉개지지 않도록 제자리를 정해 주었다. 집에서 주로 생활하고 행복을 찾는 나이기에 집의 공간은 소중하다. 내가 모르는 물건들이 함부로 나의 집을 망치지 않도록 내가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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