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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04. 2024

마녀수프를 한 솥 끓입니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감기 자주 걸리고 할 줄 아는 운동도 거의 없는 편이다. 나이가 들수록 폐렴, 인후염 등으로 성인이 되어서 입원도 했었고 얼마 전엔 두통이 너무 심해서 MRI도 찍었다. 아무래도 몸이 민감하게 반응해서 작은 병도 금방 알아차리며 고통도 크게 느끼는 편인듯하다. 몇 년 동안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다. 주변에 아픈 사람들도 생기자 덜컥 걱정이 앞선다.









 야채들을 싸게 구입했다. 가을이 되니 제철음식들이 한가득이다. 예전에는 잘 몰랐다. 제철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사과, 귤, 대하, 버섯 등등 몸에도 좋고 맛있는 식재료들을 구입했다. 토마토까지 사게 되자 마녀수프 만들기에 도전했다. 먹기가 좀 지겨워진 양배추가 1/4 정도 남았으니 다 해치워버릴 수 있다.











 아니, 재료가 점점 늘어나더니 한 솥이 되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요리라서 맛이 어떨지 약간 걱정되었다. 그래도 신선한 재료들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데 맛이 없을 리가 없다. 토마토, 양파, 파프리카, 버섯, 닭 안심, 양배추, 감자를 듬뿍 넣었다.










 푹 끓였더니 양이 많이 줄어들었다. 엄마한테 갖다 줄 거 한 통과 내가 먹을 것 5통 완성! 생각보다 너무 맛있다. 앞으로 종종 만들어 먹을 것 같다.











 이제는 가을이 지나가고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인데 어느 순간부터 가을이 너무 짧아졌다. 더위도 추위도 싫은 나는 봄과 가을이 좋은데 여름이 길어지자 가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런 가을인데, 선선해서 걷기 좋은 날씨가 너무 좋은데 그렇게 가을이 가고 있다.



 습기가 싫어서 살짝 건조해진 날씨가 좋았다. 얼굴과 몸이 건조해져서 무언가 챙겨 발라야 해도 좋다. 얼음물이 아니라 따뜻한 차를 마실 계절이 온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물을 한잔 따라두고 책을 읽는 편안함을 그리워했었다.



 이런저런 이벤트가 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여유로움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 같다. 목이 조금 칼칼해진 것이 감기기운이 오려나 보다. 뜨끈한 마녀수프 한 그릇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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