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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08. 2024

비 오는 날 발가락 양말을 신고 뛰는 심정

 


 요즘 러닝이 유행이라고 한다. 골프, 테니스에 이어 러닝까지 운동도 유행을 타면서 관련 운동용품들이 잘 팔린다고 하니 신기하다. 나는 살기 위해 운동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피곤하고 찌뿌둥하고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뛰기 시작한 것은 제법 오래전이다. 그러다가 시험공부를 한다고 2년 넘게 모든 운동을 쉬고 몸이 매우 안 좋아졌다. 원래 체력도 안 좋고 잔병이 많았다. 운동도 워낙 싫어해서 산책조차 나가는 것을 꺼렸다. 




 몸이 아프고 이곳저곳 이상이 생기자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온 가족이 식사 후 산책 겸 나간 집 근처의 산책로를 다녀온 뒤 결심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걷고 있던 곳에 가서 나도 만보이상 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당장 다음날 걷기를 했다. 









 만보 걷기는 상당한 운동이다. 별거 아닌 것 같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고, 발가락에 물집도 잡혔다. 성질 급한 나는 예전에 하던 런데이 달리기를 다시 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2년 넘게 쉬었는데 달리기가 가능할지는 의문스러웠다. 그래도 새벽 달리기를 시작했다.




 8주 동안의 달리기 도전 앱의 도움을 받았지만 나는 8주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주 차가 되니 무릎이 아팠다. 원래 무릎이 약해서 무릎을 많이 굽히고 작은 보폭으로 달리는 방법으로 달리기를 했지만 또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무리가 갔다. 달리기를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며칠 쉬고 다시 달리기를 하자 무릎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여성들은 또 호르몬 때문에 고생한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또 러닝을 하지 못한다. 명절이나 몸이 안 좋은 날도 있고 이래저래 사정이 있으니 한 달에 격일로 달리기를 해서 11번 내지 12번 정도 달린다.




 더운 여름이 되자 해가 뜨기 전에 움직였다. 새벽 5시가 되기 전부터 운동을 나섰다. 그런데 산책로에 가 보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달리기, 러닝, 자전거, 운동기구를 하는 사람들이 이른 새벽부터 바글거려서 다른 세상 같았다. 자극을 받아 달리기를 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았다.




 드디어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기에 성공했다. 운동을 마치고 갓 태어난 기린처럼 후들거리는 다리로 집으로 오는 길이 대견스러웠다. 남들이 보기엔 마치 걷는 것과 같은 느린 속도로 달리기를 하는 것이지만 나는 달리기를 해냈다. 









 달리기를 할 때 입은 운동복과 운동화는 몇 년 전에 쓰던 것들이다. 운동복이 없어 추가로 구입했던 것도 있고 가족이 입지 않는 옷을 입기도 했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서 발가락 양말은 이번에 새로 구입했다. 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켤레 사서 야무지게 신고 달린다. 바람막이는 어디서 얻어온 것을 입는다. 그래도 운동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들 기능성이고 브랜드도 좋은 것들이어서 오히려 좋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구축이어서 그런지 아파트에 헬스장이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야외에서 달리기를 해야 했지만 그 상쾌함이 너무 좋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뛸 수 없어 아쉽고 새벽부터 나가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그래도 야외 달리기가 너무 재밌고 좋다. 날이 많이 추워지면 또 달리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요즘 가을 날씨에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 오는 날에는 외출조차 하지 못했다. 밖에 나갔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슬비가 내리는 날 달리기를 했다. 비를 맞으면서 달리다니!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건강이 절실하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 우리 가족의 소원은 매년 가족 건강이다. 얼마 전에는 엄마가 암으로 수술을 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건강과 관련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슬픔과 좌절이 있었고 두려움과 걱정이 주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다. 나 역시 가족이 건강하지 못하여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놓쳤고 이제는 내가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선택했다. 필라테스나 헬스 PT는 경제적으로 힘들어 아직 도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었다. 30분 달리기를 목표로 꾸준히 달렸다. 그렇게 성공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고 성취감이 들었다. 건강에도 좋은 것은 당연하다.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내가 무언가 도전하고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키워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나서서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운동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물론 가족들의 일이 있어서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날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 아니고서는 달렸다. 글쓰기와 책 읽기 이외에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건강을 챙겨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다. 어쩌면 나의 미니멀라이프에서 건강이 제일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당연했던 일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프기 마련이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점차 노화되기 때문에 최대한 그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건강한 상태로 나이 듦을 바라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을 바라면서 오늘도 달린다. 관절이 허락하는 한 달려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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