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내가 늙었을 때 노후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된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나의 노후생활비와 의료비 정도는 꼭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나이가 많이 들기 전에 소비습관을 잡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우리 부모님들을 보더라도 안타깝고 나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돈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된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일 것이다. 돈이 없으면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늙으면 얼마나 허망한 기분이 들까. 젊었을 때 돈이 있는데 ‘안’ 쓰는 것과, 늙어서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한다. 이 말에 백 번 공감한다.
죽으면 그만인데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현실에서는 아끼고, 노후를 대비했는데, 갑자기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허망해서 어쩌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가 죽으면 그만인데 누구 좋으라고?’라는 생각으로 보험을 안 드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누구라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현재 갑자기 큰 병이 생기거나 세상이 망해버린다는 극단적인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극히 드물다. 그저 긍정적으로 살면서 자신의 행복을 꼭 돈이 아닌 다른 것에서 찾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돈이 필요하고 투자해야 할 때는 돈을 써야 한다. 다만 일시적인 행복과 불필요한 것에 돈을 아낌없이 쓸 필요는 없다.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해 명품을 ‘Flex’ 하고는 카드값에 절절매는 행위 같은 것이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누구든 멋진 양품의 물건을 고가에 구입할 수는 있지만 없는 돈을 끌어다가 쓰고, 과시하려고 쓰는 것은 내가 원하는 소비와는 매우 다르다. 나도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이 있고, 쓸 때 기분이 좋아지는 고가의 상품들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쓸 물건은 감당이 되는 선에서 꼼꼼히 따져보고 값을 지불한다.
그렇다고 현실을 너무 빡빡하게 살자는 것이 아니다. 나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으로 일상의 작은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할 때는 교통비가 들거나 이용료가 들기도 한다. 어떨 때는 집 앞 공원에 도시락을 싸가도 기분이 좋다.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놀아도 좋고, 빌려온 게임기를 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따뜻한 차가 생각날 때는 카페에 가서 차를 시켜 놓고 책을 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기도 한다. 기부를 하거나 값이 좀 더 나가더라도 친환경적인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경험을 하기 위해서 꼭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살아보니 꼭 경험≠소비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돈을 쓰는 것 말고 다른 즐거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도서관이나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은 당연히 좋고,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도 좋았다. 책을 쌓아 놓고 마구 읽기도 하고,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마음에 새길 부분을 기록하면서 읽는 것도 좋았다. 과학이나 인문, 경제 관련 서적도 읽어서 지식을 넓히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코로나로 어디 멀리 갈 수 없으니 책을 통해 많은 세상을 접한다. 도서관이 가까워 걸어갈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제철음식으로 요리를 하면 재밌다. 요즘엔 좀 귀찮더라도 요리를 해 먹는다. 새로운 음식을 하나씩 하는데 집 근처 야채가게에서 싼 가격에 싱싱한 야채들을 구입한다. 그동안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면 사계절 항상 메뉴가 비슷하다. 제철에 나는 과일과 야채를 먹으면 싱그러운 느낌이 든 달까. 고춧잎, 갯방풍 잘 모르는 야채 이름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햇’ 자가 붙은 것들은 어찌나 반가운지. 아주 싱싱하다 못해 뭘 해 먹든지 기본적으로 맛이 보장된다. 야채는 값이 싸다. 어떨 땐 손두부 1000원, 애호박 1000원어치씩 사 와도 요리가 된다. 지역 상점을 이용하고, 제철음식을 먹는 것은 환경까지 생각한 일이다.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효과가 두 배이다.
물건을 정리하면 내 마음까지 정리된다. 특히 마음이 복잡하고 스트레스받을 때 물건들을 끄집어내어 정리하면 시간이 잘 간다. 우울한 감정이 들어도 청소를 하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냥 쓸고 닦고 깨끗하게 치우면 더러운 공간이 반짝거려서 그런지 후련해진다. 숙원사업과도 같았던 베란다 청소라든지 팬트리 수납함을 뒤엎어 재고정리를 해 보아도 좋다. 딱히 드는 돈 없이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리 집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 수 있고, 비울 물건들을 발견하고는 신나기까지 하다. 그래서 청소나 비우는 행위는 나에게 즐거움이다.
돈을 꼭 쓰지 않아도, 물건을 새로 사지 않고도 얼마든지 즐거움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