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기억하는 감정
우리는 누구나 감정 조절이 어려운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특히 시간이 촉박할 때 그런 감정을 느낍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예민해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빨라지고,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공부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 반응은, 오래된 기억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감정]
어릴 때 저는 십 리 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습니다.
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매일 오빠와 함께 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오빠는 제가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자주 화를 냈습니다.
특히 지각할 것 같은 날엔 더 그랬습니다.
저는 애써 따라가려 했지만,
어떤 날은 정강이를 발로 차이기도 했습니다.
그 기억 때문일까요.
지금도 시간이 촉박해지면,
제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알아차리는 것의 힘]
예전에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왜 저는 시간에 쫓길 때마다 예민해질까요.
왜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빨라질까요.
그런데 이제는 압니다.
제가 지금의 상황을 과거의 감정과 연결 짓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가족들에게 미리 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내가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끼면
이렇게 반응할 수도 있어."
그 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말이 빨라지면,
남편과 아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해 줍니다.
"엄마,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우리 조금 서둘러볼게요."
가족들에게 이해받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기억들]
우리가 가진 불안, 두려움, 공포 같은 감정들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경험이 몸에 새겨진 감정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거나,
유사한 자극이 주어지면
우리 몸은 자동으로 반응합니다.
긴장하고, 예민해지고, 불안해집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힘이 약해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감정을 내가 알아차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조금씩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조절할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연약함을 다독일 때 우리는 단단해집니다
혹시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이유 없이 올라오는 불안함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 들여다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기억해 주세요.
우리 안의 연약함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연약함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너무 쉽게 판단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구나." 하고 바라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서로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함께 보듬어 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