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진로고민(feat. 글쓰기)

by 온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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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시절 내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이란 작품을 읽으며 더더욱 마음을 굳혔다. 더불어 퇴마록이나 드래곤라자 시리즈, 한비야 작가님의 책도 다 읽었다. 그렇게 책이 좋았고, 글이 좋았다.


그렇지만 나는 작가가 되지 못했다. 핑계라면 문예창작학과에 붙었지만 글을 써서 무슨 돈을 벌 수 있단 말이냐를 외치며 반대한 부모님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어쩌면 내 꿈이 그만큼 화력이 적었단 뜻이겠지. 꼭 문예창작학과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땐 문예창작학과에 가서 배우고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어야 작가가 될 수 있다고만 생각했던 짧은 소견 탓이겠지.


얼마 전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고 나는 뭘 하며 살 것인가 라는 10대와 같은 생각을 40대에 하게 되었다. 이전에 하던 일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뭔가 끌리지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일이 하고 싶어 다시 SNS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2022년 7월, 달래 지지 않던 마음을 달래준 건 책이었다. 깊은 우울에 잠겨 수면 위로 나를 드러내지 못하던 나는 그렇게 매일 잠겨있었다. 그러다가 나를 꺼내 준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책이었다.


십 대 때야 학교가 끝나면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버스시간이 될 때까지 책을 읽고 대출을 하고 집에 가서 또 책을 읽고를 반복했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취업 준비한다는 핑계로, 취업을 하고 나서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나였다.


그럼에도 책이 생각났고, 책을 붙잡았다. 우울에서 세상의 수면 위로 떠오른 나는 매일 책을 읽었고,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책 읽은 것을 기록하니 사람들이 팔로워를 하고 좋아요를 눌러줬다. 댓글도 남겨주기 시작하면서 소통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재미있었다. 재미있어서 더 열심히 했고, 그렇게 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5만이 되었다(쉬는 동안 1.4만으로 줄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2개월 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나는 다시 취업을 했고, 여전히 책은 읽었으나 인스타그램에 기록을 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올려봤지만 1년 넘게 쉰 계정에서 금세 반응이 나오긴 쉽지 않았다. 그 고민을 동생에게 털어놓으니 그동안 쉰 기간이 있으니 우선 차근차근하기로 하고 스레드를 먼저 해보라고 했다. 스레드에 들어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짧은 글을 쉴 새 없이 발행하고 있었다. 그 대열에 합류하여 하나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하루에 10개에서 30개씩 발행해야 한다고 했다. 30개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아 하루에 10개 정도씩 글을 썼다. 처음에는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이내 그저 내 계정 성격에 맞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나씩 써 나갔다.


그랬더니 반응이 있었고, 나는 그렇게 매일 스레드에 10개의 글을 올리고 있다. 주춤했던 계정은 살아나기 시작했고, 2주 만에 팔로워가 300명이 늘었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유의미한 숫자다. 지인들 중에 책을 좋아하는 지인이 많지 않아 자유롭게 책 이야기를 나눌만한 사람은 없지만 스레드는 달랐다. 내 스레드 알고리즘은 나를 책 좋아하는 사람들 곁으로 데려다주었고, 하루 종일 책과 필사,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같이 반응해 주고 책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갔다.


글쎄, 뭐 아직 스레드로 뭘 이루었다라던가 여느 인플루언서들처럼 월 천을 벌었다, 책을 냈다는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 매일 책 읽고 글을 쓰는 나를 보며 반가웠다. 한 4개월 정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 동안 우선 책 읽고 글 쓰며 나를 좀 더 다듬어 갈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뭔가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혹여나 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열릴 길을 준비하며 잠시 본업에 몸을 의탁해도 좋을 거고. 살아갈 방법이야 찾으면 그만이다.


내가 매일 하는 루틴

01 스레드에 글 10개 이상 쓰기

02 블로그 1일 1 포스팅

03 인스타그램 2일 1 카드뉴스

04 브런치 (주 3회 글 발행)


4번은 방금 글을 쓰며 추가되었다. 열심히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