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담 중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말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속담으로 적절한 말 한마디가 이익을 주기도 하고 안 좋았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옛 어른들은 어쩜 이렇게 지혜로우신지 속담은 하나하나 들을 때마다 놀랄 때가 많다. 이 속담과 더불어 좋아하는 속담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이다. 둘 다 말에 대한 속담으로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늘 말을 다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편은 나보다 1살 연하다. 결혼을 하면서부터 우리는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연애와 결혼의 의미가 엄청 큰 차이로 느껴졌고, 지혜로운 결혼생활을 하자면 존댓말을 쓰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을 해줬다. 그때부터 우리는 존댓말을 썼다.
존댓말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한마디를 해도 다정하게 들린다. '여보 물 좀 줘'와 '여보 물 좀 주세요'는 어감부터가 달랐다. 물론 억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존댓말은 억양부터가 셀 수 없는 구조였다. 뭔가 싸우게 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존댓말을 하게 되면 싸움이 싸움이 되지 않는다. 싸움이 되려다가도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금세 풀리곤 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렇듯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아 우리는 결혼 8년 차인 지금까지도 서로 존댓말을 쓰고 있다.
남편과 나는 서로 살아온 환경이 좀 달랐다. 나는 사랑 많고 표현 많은 가정에서 자랐고, 남편은 아들 셋 있는 집에서 표현 없이 자랐다. 그래서 연애하면서도 사랑 표현을 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 남편에게 나의 표현은 어떻게 들렸을까. 나는 연애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매일 남편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어?' 수시로 '사랑해, 너무 소중해.' 자기 전엔 '편안히 잘 자.' 출근할 땐 '잘 다녀와. 힘내' 자기 전엔 '오늘도 고마워, 사랑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행복해.' 이런 표현을 한다.
남편은 처음엔 어색해하고 쑥스러워 했지만 이제는 기분 좋게 내 말을 마음에 새겨준다. 자주는 아니지만 남편도 조금씩 표현을 같이 해준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다.
내가 오늘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정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이다. 사실 어떤 면에서 다정함이라는 것은 타고난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꼭 100% 타고나야만 다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정함도 연습과 노력으로 갖출 수 있는 장점이다.
전 회사에서 매우 쌀쌀맞고 실수를 하면 엄청 예민하게 짜증을 내는 동료가 있었다. 그 사람의 그런 태도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불편해했지만 본인은 일할 때 원래 예민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태도를 정당화했다. 그 태도가 '일의 효율'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누구나 다 일할 때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상대방에게 쌀쌀맞은 것은 아니다.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가 있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자신을 정당화하고 타인에게 짜증을 내는 자신의 태도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다. 그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이해하고 배려하면 다정해질 수 있다. 물론 상황이라는 게 있고 그런 다정함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예외지만 말이다.
마음이 쓸쓸하고 외로울 때, 뭔가 한쪽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을 때 나는 다정함이 가득 찬 책을 읽곤 한다. 최근에 읽은 가장 다정한 책은 하태완 작가님의 '나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좋아'다.
어쩌면 세상 물정 모른다 할 수도 있지만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만 더 다정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다정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분들에게 좀 더 다정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세상을 바꾸는 마음가짐은 다정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