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Aug 24. 2018

영역에서 사라진다던 말


나의 영역에서 사라진다던 네 말을 난 단지 너의 마지막 자존심과 더불어 어린아이 같은 반항인 줄로만 알았다.


현시점, 정말 내 영역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너를 이제야 체감하고, 네가 헤어질 때 주었던 그 말이 쓰여있는 편지를 몇 번이고 곱씹어 봤을 때, 그제야 그 편지 위로 흐드러지게 너의 배려가 보였다.


너의 배려. 나에 대한 마지막 너의 배려.  너의 배려를 이제야 알아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을 놓쳤는지 깨달았다.  어른의 사랑을 하고 있었다.

괜스레 내 시야에서 쭈뼛쭈뼛 모습을 나타내며 너의 존재를 알리지도, 부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난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너의 형상은 빠르게 옅어져 이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내 영역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나를 위한 너의 철저한 배려.

덕분에 난 아무런 가책도 미련도 없이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었다.

과거의 널 만난 건 큰 행운이었고, 그런 행운을 준 너에게 이제야 고마움을 알리는 것을 부디 이해해주길.

매거진의 이전글 연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